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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청소부가 된 공무원을 아십니까”

등록 2016-07-21 16:36수정 2016-07-21 22:10

제주지역, 직원 매일 동원해도 쓰레기 처리난
읍사무소 공무원, “청소행정 희망 보이지 않는다”
전공노 제주시지부 “클린하우스 정책 전면 재검토 해야”
“치워도 치워도 화수분처럼 불법 쓰레기가 배출됩니다. 내 옆 동료와 계장님은 어쩔 수 없이 거의 매일 클린하우스의 무질서와 난장판을 정리하러 다니십니다. 매일 청소부가 되고, 도로변 환경정비 하느라 매일 노동자가 되었습니다.”

제주시의 한 읍사무소에 근무하는 공무원 ㄱ(42)씨는 최근 환경 관련 공무원들의 단체 카톡방에 ‘청소부가 된 공무원’이라는 글을 올렸다. 녹지 업무를 담당하는 ㄱ씨는 옆에서 동료 공무원들의 모습을 1년 가까이 지켜보다 사연을 올렸다.

“휴일도 없이 클린하우스 불법 쓰레기를 치우느라 고생하는 많은 주무관들 앞에서 용기내 한마디 올린다”로 시작하는 이 글은 “힘없는 최일선 공무원들이 얼마나 더 묵묵히 희생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언제까지 담당자와 담당(계장), 다른 직원들과 대학생 단기 아르바이트생만으로 읍 관내 220개 클린하우스의 무질서와 불법 쓰레기를 치워야 하나”라며 “청소행정의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썼다.

ㄱ씨는 21일 <한겨레>와의 전화 통화에서 “담당자와 계장이 3~4개월 동안 주말에도 계속 출근해 쓰레기를 치우러 다니느라 피로가 쌓인 모습을 지켜보면서 안쓰럽고 ‘저래도 될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폭우가 쏟아지는데 환경관련 단체 카톡방에 쓰레기 민원이 들어왔다고 치우라고 해 치웠는데, 사흘 뒤 같은 장소에 쓰레기가 있다며 치우라는 지시가 내려와 치웠다. 묵묵히 일하던 동료가 순간 ‘욱’하는 모습을 보고 이런 실태를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쓰게 됐다”고 덧붙였다. ㄱ씨는 “클린하우스에 고성능 폐회로텔레비전이 있어 불법 쓰레기를 버린 사람을 알 수 있지만 모니터링할 시간조차 없다”고도 했다.

이 읍사무소에는 환경미화원(공무직) 8명과 운전원 4명 등 정규직 12명을 포함해 29명이 배치돼 있는데, 중산간지역은 개발 바람에 건축 폐자재 등이 넘쳐나고, 해안변에는 피서객들이 몰리면서 직원들이 매일 쓰레기 수거에 나서고 있다. 제주시지역에 쓰레기 집하장인 클린하우스는 2036곳으로, 하루에 배출되는 쓰레기양은 800t에 이른다. 관광객과 이주민이 늘어나면서 쓰레기 배출량이 증가할 뿐 아니라, 분리수거를 하지 않거나 건축 폐자재를 버리는 등 불법 쓰레기 투기가 늘고 있다.

10년차 공무원인 ㄱ씨는 “10여년 전 시행하던 문전수거 방식과 현재처럼 음식물쓰레기는 따로 수거하는 방식을 혼용하고,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은 클린하우스를 이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또 “대도시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주중 야간배출’ 등의 방법을 제도화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 제주시지부는 성명을 내고 클린하우스 및 청소 대책 등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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