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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절, 길, 말 섬기면 세상이 바뀐다

등록 2016-07-21 16:53수정 2016-07-21 21:45

충북 증평 형석고 김병기 교사 학생들과 벌이는 새날운동 12년째
등단 시인인 김 교사는 날마다 3000여명에게 명상 글 전달
김병기(앞줄 왼쪽에서 네번째)교사와 그의 지인들이 지난해 2월 김 교사의 글을 모은 <내안의 평화 그대와 함께>출판을 기념하고 있다.섬동밴드 내려받음
김병기(앞줄 왼쪽에서 네번째)교사와 그의 지인들이 지난해 2월 김 교사의 글을 모은 <내안의 평화 그대와 함께>출판을 기념하고 있다.섬동밴드 내려받음
김병기(가운데)교사와 그의 제자들이 지난 2월 증평 형석고 교실에서 이별의 정을 나누고 있다.섬동밴드 내려받음
김병기(가운데)교사와 그의 제자들이 지난 2월 증평 형석고 교실에서 이별의 정을 나누고 있다.섬동밴드 내려받음
“화가나면 불이 안꺼진다구요? 마음이 끓으면 나의 불을 먼저 꺼야 합니다.”

20일 아침 3000여명에게 배달된 ‘섬동’의 편지 ‘화가나면’의 한 구절이다. 짧은 4줄 글에 진달래 같은 분홍색 꽃그림을 곁들였다. 글은 섬동 김병기(52·충북 증평 형석중) 교사가 쓰고 그림은 신동호 화백이 그렸다. <꽃따기> <보름다리> 등 시집 5권을 낸 등단시인인 김 교사는 2014년부터 날마다 시나 짧은 명상글을 ‘밴드’ 등을 통해 지인들에게 배달하고 있다. 김 교사는 자신의 이름보다 ‘두꺼비 아이’라는 뜻의 섬동으로 더 유명하다. 학교에서 학생들조차 섬동 선생님이라 부른다. 김 교사는 2003년부터 이어진 충북 청주 산남동 두꺼비 서식지 보존 운동에 참여하면서 자신의 호를 섬동으로 지었다.

“가볍고 읽고 나누려는 뜻에서 짧은 글을 보내고 있는데 하다보니 공유하는 이들이 늘었네요. 마음가는대로 쓴 글이어서 편하게 받아들이나 봅니다.”

김 교사는 자신이 사는 청주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 38곳에도 시·명상글에 그림을 곁들인 시화 작품을 설치해 주민들과 나누고 있다. 이들 시화는 일주일마다 위치를 바꿔 새로움을 더한다. 2012년에는 신동호 화백, 박양준 서예가, 오근석 화백 등 예인 친구 10여명과 함께 액자·엽서·시계·접시 형태의 시화 750여점을 제작해 증평지역 학교 10곳에 무료로 나눠주기도 했다.

김 교사의 수업엔 “차렷. 선생님께 경례”하는 구호가 없다. 대신 김 교사가 “내안의 평화”라고 말하면 학생들은 “그대와 함께”라고 답한 뒤 손을 모으고 당신을 존중한다는 인도말 ‘나마스테’로 맺는다. 2004년부터 이어진 ‘새날 문화운동’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형석고에서 이 운동을 벌였지만 올해 같은 교문을 쓰는 형석중으로 확대됐다. 이 운동은 ‘밥·절·길·말’ 운동으로도 불린다.

“고마운 마음으로 밥을 먹고, 나에게 하듯 남에게 겸손하게 절하고, 바른 길을 걷고, 고운 말을 쓰면 새로운 날이 열린다는 믿음의 운동입니다. 내가 귀하듯 남도 귀하게 여기자는 겸손한 마음의 실천이지요. 특히 절은 인사의 뜻도 있지만 저의 얼을 당신에게 보낸다는 뜻도 있지요.”

정성은(18·형석고3)군은 “밥을 다 비우고, 반갑게 인사하고, 바른말을 쓸뿐인데도 내가 이렇게 바뀔줄 몰랐다. 우리 학교에선 다툼이나, 인터넷 줄임말·비속어 등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남을 돕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2012년 학생들과 5년동안 헌혈증서 1000장을 모으자고 약속한 뒤 올해까지 530장을 모아 대한적십자사와 백혈병 환우회 등에 기증했다. 2014년엔 가정형편이 어려운 탈북학생을 도우려고 학교 안팎에서 모금 활동을 벌여 장학금 4600여만원을 전했고, 지난해엔 희귀병을 앓는 이웃의 한살배기를 도우려고 형석고 학생자치회, 자신의 사회관계망(SNS) 등을 통해 2000만원을 모금해 전했다.

“모든 생명은 소중하고, 나를 사랑하듯 남을 사랑하면 새날이 온다는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좋은 생각, 좋은 글, 좋은 행동은 세상을 바뀌게 합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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