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지개발로 철거 위기 맞았으나, 원형 이전 공법 적용키로
신자회 “종교 문화유산으로 원형 보존 가치 있어 결정”
신자회 “종교 문화유산으로 원형 보존 가치 있어 결정”
택지개발로 철거될 처지에 놓였던 경기도 하남시 구산성당이 통째로 들려 원형 그대로 인근 터로 옮겨진다. 목조가 아닌 시멘트 벽돌 건물을 원형 이전하기는 국내에선 처음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25일 하남 구산성당 관계자 등의 말을 종합하면, 하남시 망월동 미사강변도시(미사보금자리사업지구) 안에 있는 구산성당은 1836년 공소(본당보다 작은 천주교의 단위교회. 주임신부가 상주하지 않는 지역신자들의 모임)로 시작해 1979년 성당(본당)으로 승격했다. 올해 공소 설립 180년이 된 이 성당은 조선 후기 순교 성인 김성우 생가 터에 마을 40여 가구 주민이 한강변에서 나른 돌로 벽을 만들어 1956년 완성됐다.
그러나 미사지구개발로 구산성지는 존치되는 반면, 성당은 존치 대상에서 제외돼 오는 9월 말 철거 위기를 맞았다. 이에 성당 쪽과 신자회 등은 지난 21일 성당에서 건축문화유산 보존 기술 분야 2개 전문업체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설명회를 열어 “종교 문화유산으로 원형을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의견을 모았고, 원형 그대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원형 이전 공법은 건축물 바닥(약 120㎡)을 기초부터 일정 높이로 들어올린 뒤 진동 완충 장치가 있는 장비에 실어 옮기는 방식이다. 이전할 터까지 이동 거리가 200여m에 불과하고 60년 된 건물치고는 균열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원형 이전이 가능하다는 판정이 나왔다. 작업은 조사기간 20일을 포함해 80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3억5천만원으로 추산되는 비용은 신자회에서 충당할 계획이다. 이전에 앞서 근대문화유산 등록, 향토유적 지정 등에 대비해 실측 조사 작업도 함께 이뤄진다.
구산성당 김영기 사목회장은 “기술적 난관이 있을 수도 있지만, 이미 업체를 선정했으며 다음달부터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될 것이다. 역사적 의미가 있는 성당인 만큼 많은 분이 관심을 가져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성당 인근에는 김성우 성인의 묘가 안치된 구산성지가 있어 신자들의 순례 발길이 이어져았고, 드라마 <아내의 유혹>과 영화<비밀애> 등의 배경으로 등장해 주목을 받았다.
하남/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천주교 성지이지만 택지개발로 철거위기에 놓였던 경기도 하남 구산성당이, 종교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가 있다는 신자들의 뜻에 따라 건물을 통째로 들어올려 이전하는 방법으로 원형이 그대로 보존된다. 구산성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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