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 노원구와 시범사업 협약
독거노인 재산, 보증금 등 사후 분쟁 미연에 막아
독거노인 재산, 보증금 등 사후 분쟁 미연에 막아
2015년 4월 서울 노원구 한 임대주택에 살던 80대 할머니가 앓던 폐질환으로 갑자기 사경에 이르렀다. 할머니는 손자와 단둘이 살고 있었다. 문제는 할머니 명의의 영구임대주택 임차권과 보증금을 손자가 상속받지 못하면 손자는 살던 집에서 쫓겨날 수밖에 없다는 것. 할머니의 법률상 상속인으로 자식 4명이 있었기에 이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
서울시복지재단 쪽은 이 사실을 알고 손자가 임차권과 보증금을 상속받을 수 있도록 입원 중인 할머니를 대상으로 유언장 작성을 도왔다. 할머니는 1달 뒤 숨을 거뒀지만, 손자는 덕분에 할머니와의 추억이 서린 집에서 계속 살 수 있게 되었다.
저소득 독거노인의 유언장을 대신 작성해주는 사업이 서울에서 공식적으로 시작된다. ‘고립사’(고독사)가 늘며 보증금 처리 등과 관련한 사후 분쟁들이 발생하곤 하기 때문이다.
서울시복지재단은 27일 “노원구 어르신돌봄지원센터와 저소득 독거노인 유언장 작성 지원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유언장 작성 지원사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재단 내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는 변호사 등을 통해 유언장에 사후 분쟁을 예방할 수 있는 내용을 우선 담도록 하는 법률지원에 주력한다. 간단한 자필 유언장뿐만 아니라, 글을 모르는 이들을 위한 녹음방식의 유언장, 구수증서 방식의 유언장 등 다양한 형태가 지원된다.
재단은 고립사가 증가하면서 망자의 유류품이나 보증금을 처리하는 데 있어 여러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고 본다. 홀로 죽은 이의 사후에 그의 재산권을 주장하는 가족이 나타나는 경우도 없진 않다.
유언장 지원사업은 법률분쟁 예방만 목표로 하진 않는다. 주위 지인들에 대한 부탁, 자신이 갑자기 위중한 상태가 되었을 때의 당부까지 담아 스스로 제 삶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도 도모할 방침이다.
관심있는 이들은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서대문구 서대문역 근처)나 노원구 어르신돌봄지원센터를 방문하거나, 전화(1644-0120)로 상담받을 수 있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유언장 양식이 까다로울 경우 지원기관의 방문을 요청할 수도 있다.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 전가영 변호사는 “지금까지 장애인 자녀나 어린 손자와 사시는 어르신 몇 분의 유언장 작성을 도와드렸는데 호응이 무척 좋았다”며 “외로운 말년을 보내는 어르신들이 임종 이후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 심리적인 안정을 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공익법센터는 이번 시범 사업 후 호응도 등을 따져 저소득층 유언장 작성지원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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