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최고의 언론인’으로 불리는 청암 송건호(1926~2001) 선생의 언론 정신을 기리는 표지석이 오는 12월께 선생의 고향 충북 옥천에 설립된다. 옥천군과 옥천지역 시민사회, 언론 등은 선생의 생가 복원 등 기념 사업도 추진할 참이다.
옥천군은 29일 “청암 송건호 선생 표지석 설치를 위한 예산 500만원을 추경 때 편성했다. 옥천지역 시민사회 등과 상의해 설치 시기, 표지석 문구 등을 협의해 나갈 방침이다. 설치는 올해 하반기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옥천신문> 이안재 대표, 김승룡 옥천문화원장 등 옥천지역 언론, 시민사회 등을 중심으로 청암 선생 표지석 추진위원회 구성에 나섰다. 이 대표는 “청암 선생은 옥천을 넘어 시대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표지석이 끝이 아니라 그의 언론 정신을 일깨울 수 있는 기념 사업을 추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표지석은 12월 선생의 생가 터에 설치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 대표는 “선생의 태어난 날(9월27일)과 세상을 떠난 날(12월21일) 가운데 하나를 골라 설치하려 하는 데 아무래도 준비 기간이 촉박해 12월께 설치해야 할 듯 하다”고 말했다.
2005년 8월 옥천언론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이 청암 송건호 선생의 생가를 둘러 보고 있다. 옥천군과 주민 등은 이곳에 표지석을 설치하고, 이곳을 복원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표지석 설치와 함께 송 선생의 생가를 복원하는 등 기념사업 추진도 꿈틀거리고 있다. 옥천군 군북면 증약리 331-4의 생가는 터 1021㎡, 건물 76.03㎡규모다. 근대 건축 양식인 생가의 터는 유족이, 건물은 다른 이가 소유하고 있다.
임주혁 옥천군 문화예술팀 주무관은 “참언론인인 선생을 뜻을 본받으려고 옥천을 찾는 이들이 적지 않아 그와 관련한 기념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먼저 생가 복원을 염두에 두고 관련 방안을 살피고 있다. 토지·건물 소유주가 달라 장기 과제로 정해 시민사회 등과 협의해가며 차근차근 사업을 추진하려 한다”고 말했다.
선생은 1953년 <대한통신>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해 <조선일보> <한국일보> <경향신문> 등에서 일했다. 1975년 <동아일보> 편집국장으로 있을 때는 기자 150여명이 강제 해직되자 이에 항의하는 뜻으로 사표를 던졌다. 이후 민주언론운동협의회 의장(1984), 민주쟁취국민운동본부 상임 공동대표(1987) 등을 지냈으며 1988년 <한겨레> 초대 대표를 지냈다.
그는 <해방전후사의 인식> <한국민족주의의 탐구> <한국현대사론> 등 저서 20여권을 남겼다. 2001년 지병으로 숨진 뒤 ‘청암언론문화재단’이 설립됐으며, <한겨레> 등은 그의 뜻을 기리는 ‘송건호 언론상’을 제정했다. 한국기자협회가 뽑은 ‘20세기 최고 언론인’에 선정되기도 했다.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한겨레 자료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