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사할린 동포 3세들이 3일 울산 울주군 진하리조트에서 한국사 강의를 들은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부산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제공
3일 오전 울산 울주군 서생면 진하해수욕장 근처 진하리조트 2층 강당. 조영만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 수질연구소 연구사가 2시간여 동안 한민족의 정체성과 신석기부터 삼국시대까지 우리 역사에 대해 2시간 동안 열강했다. 러시아 통역자가 우리말로 전달하자 22명이 진지하게 경청했다. 몇몇은 한류스타들의 공연을 담은 동영상에서 노래가 흘러나오자 흥얼흥얼 따라 불렀다.
한국사 강의를 들은 이들 22명은 일제강점기 러시아 사할린으로 끌려갔던 징용자들의 손자·손녀로, 사할린 현지 고교·대학생이다. 2차 세계대전에서 항복한 일제가 조선으로 되돌아갈 귀국선을 마련하지 않아 남아 있던 사할린 강제 징용자의 3세대가 광복 71년 만에 한국을 찾은 것이다.
러시아 사할린 동포 3세들이 3일 부산시청 1층 국제교류전시관에서 직원의 설명을 듣고 있다. 부산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제공
김명하기(20·대학생)씨는 “한민족의 주 활동무대였던 중국 요하에서 인류의 문명이 가장 먼저 발생했다는 말씀이 놀라웠다. 한국사 강의를 듣고 한민족에 대한 믿음이 더 생겼다”고 말했다. 사단법인 부산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사할린 한인 징용자 후손들한테 학업이 뛰어나면서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추천받아 4박5일 일정으로 초청했다.
이들은 지난 2일 한국에 도착한 뒤 진하리조트에 짐을 풀었다. 3일 부산시청과 시의회도 찾았고, 저녁엔 부산 동아고 2~3학년 12명과 만남을 가졌다. 동아고 학생들은 이날부터 사할린 동포 3세들이 떠나는 6일 오전까지 3박4일 동안 숙박을 포함해 모든 일정을 함께 하며 우애를 다진다. 4일에는 임진왜란 때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부산 동래읍성을 둘러본다. 임진왜란 때 장렬히 전사한 호국 영령을 모신 부산 충렬사에서 전통문화예절교육을 받고 한복입기와 민속놀이 체험 등도 할 참이다. 국내 유일의 일제강제동원역사관(부산 남구 대연동)도 방문한다. 5일엔 부산 영도구의 국립해양박물관을 방문하고 광안리 앞바다에서 요트를 타며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러시아 사할린 동포 3세들이 3일 울산 울주군 진하리조트에서 한국사 강의를 듣고 있다. 부산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제공
리인수 부산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무총장은 “사할린 동포 3세들이 자신들의 뿌리를 알게 하고 우리 국민에게는 사할린 동포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초청했다. 사할린 동포는 언젠가 이뤄질 통일된 조국에서 함께 살아가야 할 우리 형제들이다. 정부는 사할린 한인역사관 건립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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