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서 “도박 빚 갚으려 강도짓 하려다” 진술
현직 소방관이 이웃집 부부를 살해한 뒤 불을 질러 범행을 은폐하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도박 빚을 갚기 위해 강도짓을 하다 이런 일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도 안성경찰서는 10일 현직 소방관 최아무개(50)씨를 살인 및 방화 등 혐의로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최씨는 지난 1일 오전 3시께 안성시 당왕동에서 이웃 가정집에 침입해 60대 부부를 살해하고 집에 불을 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는 경찰 조사에서 “도박 빚을 갚으려고 돈을 빼앗으려다 몸싸움이 일어나 부부를 살해하게 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는 범행 뒤 집에 불을 지르고 화재 상황을 처음으로 신고했으며, 10일 오후 4시50분께 안성의 한 복도식 아파트 옥상에서 제초제를 마시고 투신했으나 목숨을 건진 뒤 경찰에 붙잡혔다. 당시 경찰은 최씨 가족으로부터 자살 의심 신고를 접수한 뒤, 최씨 차량을 추적해 이 아파트 15층 옥상에서 최씨와 대치했다. 최씨는 제초제를 마신 뒤 아래로 뛰어내렸으나 14층 복도에 걸렸고, 다시 뛰어내렸다가 13층 복도에 걸려 목숨을 구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최씨는 충남의 한 대학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으나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날 최씨가 범행에 이용한 흉기와 둔기를 피해 부부의 집에서 직선거리로 200여m가량 떨어진 도로변에서 발견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했다.
사건 당일 경찰은 불이 난 집에서 발견된 부부의 주검을 검시한 결과, 호흡기에서 질식사할 때 발견되는 매(그을음)가 극소량 발견되거나 아예 발견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이들이 살해 당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여왔다. 경찰은 최씨가 회복되는 대로 구체적 범행 동기와 사건 경위를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안성/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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