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시장, 지난 10일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옥중 면회
영치금 대신 <명견만리> <덕혜옹주> 전해
“명견만리 지혜 갖추시는 시간 되시길” 글도
영치금 대신 <명견만리> <덕혜옹주> 전해
“명견만리 지혜 갖추시는 시간 되시길” 글도
박원순 서울시장이 10일 수감 중인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을 면회했습니다. 지난해 말 구속수감된 한 위원장을 면회한 대선주자급 정치인은 아직 없었습니다. 지난 4월 20대 총선에서 당선된 야권의 초선 국회의원 몇이 있을 뿐입니다.
아시죠? 집회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징역 5년형을 선고받은 사례는 군사정권 때도 많지 않았단 사실. 100억원대를 횡령한 기업인들이나 장애인을 성폭행하고, 아이를 죽인 자가 받은 형벌이 바로 징역 5년이란 사실(관련기사) 말입니다.
‘서울시장의 대선행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어지는데도 박 시장이 한 위원장이 갇혀있는 경기도 서울구치소를 찾은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연일 35도를 오르내리는 불볕 절기에, 집회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징역 5년형을 선고받고 영어의 몸이 된 한 위원장을 위로하겠단 취지가 컸지만, 사법부 판단의 부당성과 ‘구의역 청년노동자 사망사고’로 뼈저리게 지난 5년 임기를 돌아본 박 시장 스스로의 시정철학을 거듭 확인하는 자리였다는 얘기를 참모진들이 합니다.
박 시장은 이날 한 위원장과 서울시가 추진 중인 청년수당사업, 노동이사제, 지하철 비정규직 문제 등을 소재로 15분 가량 대화나눴습니다(관련기사).
당시 박 시장은 시비의 소지가 있는 영치금 대신, <덕혜옹주>와 <명견만리> 책 두 권을 한 위원장에게 주고 왔습니다. 그리고 이런 글을 책 속표지에 남겼습니다. “한상균 위원장님 明見萬里의 지혜 갖추시는 시간 되시길. 2016.8.10 박원순”. 명견만리는 ‘만리 밖의 일을 살펴 아는 지혜’를 뜻합니다.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정세에서 이만한 덕목도 없을 테니, 이 또한 박 시장 스스로에게 던지는 메시지이기도 하겠습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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