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영동군 학산면 박계마을 어귀의 ‘독립군 나무’. 영동군 제공
충북 영동군 학산면 박계리에는 ‘독립군 나무’가 있다. 마을 어귀를 지키고 있는 이 느티나무는 수령 350여살로 높이 20m, 둘레 10m가 넘는다. 영동군은 1982년 11월 이 나무를 보호수(43호)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광복절 71돌을 맞아 이 나무가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언뜻 한 뿌리에서 나와 두 갈래로 뻗은 가지가 웅장한 자태를 뽐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뿌리가 다른 두 나무로 이뤄져 있다. 나무 그늘 아래 정자는 마을 주민들의 쉼터다. 전점식 마을 이장은 “이 나무는 마을의 상징이자 주민들의 벗이다. 요즘 같은 여름엔 더없이 좋은 피서 공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 나무가 ‘독립군 나무’로 불리기 시작한 것은 일제강점기부터다. 이 마을은 사통팔달 전국을 잇는 길목이었다. 동으로 경북 김천, 서로 충남 금산, 남으로 전북 무주, 북으로 대전·서울과 닿았다. 이런 까닭에 조선시대 말까지 역참이 있었다.
충북 영동군 학산면 박계마을 들머리의 ‘독립군 나무’. 영동군 제공
일제 때 이 나무엔 어떤 날은 하얀 헝겊이 달렸다가 어떤 날은 아무것도 걸리지 않았다. 마을 주민과 독립투사 사이의 암호였다. 하얀 헝겊은 일본 군경이 순찰하거나 잠복하는 것을 독립군 등에게 알리는 신호였다. 3·1운동 때 서울에서 영호남으로 독립선언문을 전달할 때도 이 신호를 이용해 일본 군경의 감시를 피해갔다.
전형구(65·전 학산면장) 학산면지 편찬위원은 “어찌 보면 이 나무가 독립운동에 큰 몫을 한 셈이다. 일본 군경의 존재를 알린 마을 주민 등의 참여가 광복의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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