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밥그릇으로 장난친 급식업자· 영양사 구속

학교급식 식자재 부풀려 수억원 가로채
1㎏당 650원인 딸기를 1만1000원에 납품
2300짜리 땅콩 2만여원으로, 최고 17배 부풀려
영양사는 현금 챙기고 묵인, 100만 원짜리 피부미용

학교급식에 들어가는 식자재 단가를 부풀려 청구해 2억3천여만원을 가로챈 납품업자와 돈을 받고 이를 눈감아준 학교 영양사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사기 및 입찰방해 등 혐의로 학교급식 납품업체 대표 박아무개(39)씨를 구속하고, 박씨에게 명의를 빌려준 혐의(입찰방해)로 이아무개(53)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7일 밝혔다.

경찰은 또 박씨가 저질 식자재의 단가를 부풀린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눈감아주고 금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고등학교 영양사 양아무개(37·여)씨 등 2명을 구속하고, 초등학교 영양교사 정아무개(42·여)씨는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박씨는 2012년 9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학교급식 납품업체를 운영하며 경기도 용인지역 학교 4곳(고교 3·초교 1)에 식자재를 납품하면서 낙찰 단가보다 배이상 비싸게 청구하는 수법으로 2억3600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신용불량자인 박씨는 자신의 명의로 업체를 운영할 수 없게 되자 이씨 등 3명에게 다달이 20여만원을 주고 명의를 빌려 학교급식 납품 입찰 사업에 참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박씨는 입찰사업에서 총액 대비 최저가로 입찰한 업체가 납품받는 것을 악용해 가장 싼 입찰가를 써 낙찰받았고, 이후 낙찰가격이 1㎏당 650원인 딸기를 1만1000원에, 1㎏당 2300원인 땅콩을 2만3630원으로 부풀리는 등 최고 17배까지 가격을 올려 단가보다 비싸게 납품했다.

영양사인 양씨 등은 박씨가 납품한 식자재를 검수하면서 이런 사실을 알고도 묵인해주고 1억1000여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 양씨는 5300만원의 현금과 2300만원 상당의 여성의류, 가방 등을 받았고, 영양교사 정씨는 300만원의 현금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영양사들이 1회에 100만원이 넘는 자신의 피부관리 요금을 박씨가 대납하게 했다. 이 때문에 학생들은 저질 식자재로 급식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일부 학생들은 ‘급식이 형편없다’며 도시락을 싸서 다니기도 했다”고 전했다. 한편, 경기도교육청은 “이씨 등 3명이 납품하는 식자재 단가가 낙찰받은 단가보다 훨씬 비싸다”며 경찰에 고발했다. 수원/김기성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