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전국 전국일반

우리동네 하루방 할망도 뮤지컬배우…제주 서광동리 주민들 배우로 나서

등록 2016-08-17 13:29

주민 35명 배우·스탭으로 참여…마을 애환 담은 이야기 뮤지컬로 올려
예술감독 정도연씨가 대본쓰고 연출…전문가들이 연기 노래 안무 지도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동리 주민들이 다음달 24일 뮤지컬 ’광해악의 노래’를 마을공연장에서 선보이기 위해 연습하고 있다.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동리 주민들이 다음달 24일 뮤지컬 ’광해악의 노래’를 마을공연장에서 선보이기 위해 연습하고 있다.
“몸을 조금 더 틀어주세요. 다리는 왼쪽으로 좀 더 옮기고 몸을 틀어야 해요”

연기지도를 맡은 뮤지컬배우 출신의 민경언씨가 연습을 지켜보다 무대에 올라 직접 몸짓으로 연기 지도에 나섰다.

지난 16일 밤 8시 제주의 중산간 마을인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동리 마을 공연장에서는 주민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날 밤 7시30분이 되자 공연장 주변에는 주민들이 타고 온 차량으로 붐볐다. 밭일을 마친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공연장 청소를 하고 본격 연습에 들어갔다.

물허벅을 진 서광댁1(강숙자)이 객석을 향해 “우리 마을 이야기 호썰(조금) 더 들어보쿠과”하며 큰 소리로 웃었다. 음악과 함께 율동이 이어지고 관객으로 참여한 주민들도 허벅장단에 맞춰 호응했다.

1990년대 제주도 농민운동을 이끌었던 말테우리(목동)역의 허태준(65)씨는 ”율동과 대사를 외는게 어렵지만 뮤지컬 연습을 통해 공동체를 끌어안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연습에 열중했다. 주민 배우들은 연습시간이 많지 않아 연기와 노래, 율동이 서툴지만 기분만큼은 전문 뮤지컬배우 못지 않다. 안무와 노래, 연기지도는 전문가들이 맡았다.

조선시대 제주목과 대정현을 오가는 길에 있었던 서광동리는 목사와 현감 일행이 오갈 때 궂은 날씨에 대비해 도롱이(비옷)집과 횃불집을 운영하면서 이들의 행차에 동원됐다. 주민들이 연습하는 뮤지컬 ‘광해악의 노래’는 이런 주민들의 삶과 애환을 담았다.

뮤지컬에는 40~70대의 주민 25명이 배우로, 10명은 스탭으로 참여하고 있다. 최연장자는 김유하(78)씨고, 최연소자는 김성희(42)씨다. 현감역을 맡은 임태승(75)씨는 “대사외는게 신경이 쓰인다. 박자 맞추는 것이 가장 힘들다. 족족한게 아니다(대단히 어렵다)”며 웃었다. 임씨는 “막걸리라도 한잔 걸쳐야 말이 슬슬 나올텐데”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또다른 말테우리역을 맡은 차영준(69)씨는 “선생님들이 시키는 걸 따라가지 못해 문제이지 재미있다. 어릴 때 마을 콩쿨대회에서 연극해 본 것 말고는 처음이다. 이런 기회가 아니면 주민들이 어떻게 뮤지컬을 알고, 자주 모일 수 있겠느냐”며 고 말했다

6월 중순부터 연습에 들어간 주민들은 일주일에 3차례 연습을 하다가 지난 8일부터는 매일 저녁 7시30분부터 10시30분까지 3시간씩 연습에 힘을 쏟고 있다.

뮤지컬 연습을 이끌고 있는 공연연출가 정도연 예술감독도 옆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정 감독은 축제강의를 하러 왔다가 이장의 요청으로 대본과 연출을 맡게 됐다. 정 감독은 “지난해 11~12월에 대본을 쓰고 3월부터 본격 준비에 들어갔다. 뮤지컬이 힘든 일이라는 걸 주민들이 알게 될 것이지만, 기쁨도 느낄 것이다. 뮤지컬 연습으로 주민간 단합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만형(58) 이장은 “마을 감귤창고를 지난해 공연장으로 리모델링했다. 뮤지컬 연습을 하면서 주민들이 매일 만나게 되니까 화합과 소통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게 가장 큰 보람이다”라며 웃었다. 주민들이 만들어가는 뮤지컬은 다음달 24일 마을 공연장에서 선보인다.

글·사진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전국 많이 보는 기사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1.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2.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3.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4.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5.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