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씨, ‘귀국하면 알제리 법에 따라 처벌받고, 심한 박해 받는다’며 난민 신청
동성애자인 알제리 남성이 귀국하면 알제리 형법에 따라 처벌 받을 수 있다며 난민을 신청했지만 1, 2심에서 엇갈린 판결을 해 대법원의 최종 판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심 재판부는 이 남성의 난민 지위를 인정했지만, 2심은 난민 신청을 기각했다.
알제리인 ㅇ(42)씨는 지난 2010년 8월 국내에 들어온 뒤 2013년 11월 청주지법에 난민 인정 신청을 했다. ㅇ씨는 당시 알제리 형법에 동성간 성행위를 하면 처벌을 받는 규정이 있고,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협박·폭행·성폭행을 당하는 등 심한 박해를 받았다며 난민 신청을 했다. 지난해 5월 열린 1심 법원은 “난민 협약에서 말하는 ‘박해를 받을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어 출입국관리법 및 난민법이 정하는 난민에 해당한다”며 신청을 인용했다.
실제 알제리는 이슬람교를 국교로 삼고 있으며 국민 대다수가 수니파 무슬림으로 무슬림 율법에 따라 동성애를 금하고 있다. 또 알제리 형법(338조)은 동성간 성행위를 한 이를 2월 이상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청주외국인보호소장의 항소로 진행된 2심에선 상반된 판결이 나왔다. 대전고법 청주제1행정부(재판장 신귀섭)는 지난달 20일 “ㅇ씨가 동성애자라는 것은 인정할 수 있지만, 알제리에 귀국해도 박해를 받을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가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재입국한 ㅇ씨가 불법 체류 단속반에 적발된 뒤 한달여만에 난민 신청을 하는 등 난민 신청 경위도 신뢰하기 어렵다. 가족 등의 위협을 피해 알제리 안 다른 곳에 정착하는 것이 지나치게 불합리하고 가혹하다고 볼 수 없다”며 난민 인정을 하지 않았다.
ㅇ씨는 이달 초께 대법원에 상고했다. 국내에선 지난 2010년 파키스탄 남성, 2013년 나이지리아인 남성이 동성애를 이유로 난민 인정을 바라는 소송을 냈으며, 둘 모두 자국으로 돌아가면 박해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 등에 따라 난민 지위가 인정됐다.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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