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전남 여수시 돌산읍 평사리 들판에서 주민들이 누렇게 타들어 가고 있는 벼논에 물을 대고 있다. 여수시청
“속만 상헌게 논에 나가기도 싫어라~”
18일 전남 여수시 돌산읍 평사리 국도 17호선 부근의 들판. 농민 곽아무개(56)씨가 이삭을 내민 채 누렇게 타들어 가고 있는 벼들이 “짠하다(안타깝다)”며 한숨을 지었다. 제대로 비가 온 지 벌써 한 달이 넘었다. 논물이 말라가고 바닥이 갈라지는 동안 곽씨의 주름도 조금씩 더 깊어졌다. 벼논 6600여㎡ 가운데 절반이 이미 시들어 버렸다. 올해 농사는 허탕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해 수(임대료)가 나락 20가만디, 수도 못주게 생겼당게.”
제주도 동쪽인 제주시 구좌읍과 우도면 일대 당근·땅콩 농사도 시들하다. 구좌읍 당근밭은 토양의 수분이 말라 파종 면적의 20% 정도만 발아되는데 그치고 있다. 발아된 당근모종마저 물 부족에 따른 열사피해가 나타나고 있다. 현재 파종면적 1500㏊ 가운데 30%는 다시 파종을 해야할 형편이다. 우도면의 땅콩밭은 50% 이상 감수가 예상된다. 인근 콩·참깨 등도 낮시간대에 한때 시드는 현상이 반복되거나 여묾비율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충북 옥천과 충남 서천·홍성·예산·서산 등지에서도 고추·들깨 등 밭작물이 말라가는 등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전남도는 7월1일부터 지난 15일까지 강우량이 333.5㎜에 그쳐 평년의 75% 수준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특히 8월 이후 강우량은 평년보다 100㎜나 적어 물사정이 나빠지고 있다.
조사 결과, 전남의 밭지역 토양수분 함량은 21~40%로 건조했다. 곡성·구례·고흥·무안 등지의 경사지는 20% 이하로 매우 건조했다. 농업용 저수지 3205개의 저수율은 만수량 734만t 중 저수량 384만t으로 52.3%였다.
여수시 공무원들이 18일 가뭄 피해가 발생한 벼논에 살수차량으로 물을 공급하고 있다. 여수시청
논·밭작물의 가뭄피해가 우려되자 여수·강진·장흥 등 시·군은 농작물의 생육현황을 조사하고, 급수 지원에 나섰다.
농업당국의 가뭄대책은 저수율과 토양수분 함량을 기준으로 세워진다. 가뭄우려 단계(주의)는 저수율 51~70%, 토양수분 41~60%일 때이고, 가뭄확산 단계(경계·심각)는 저수율 50% 이하, 토양수분 40% 이하일 때 발령한다.
도 식량작물팀 정중기씨는 “가뭄우려 단계에서 가뭄확산 단계로 들어가고 있다. 아직은 콩잎과 고춧대가 시드는 정도지만 벼가 익는 9월 초까지 비가 안 내리면 상황이 심각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국 시도의 저수율은 충남이 48%로 가장 낮고, 경남과 경북이 54%, 전북과 경기가 55%를 기록하고 있다.
안관옥 허호준 기자
okahn@hani.co.kr, 사진 여수시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