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온에 따른 열사병 가능성도
에어컨이 없는 집에서 나와 승합차에 에어컨을 틀어 두고 잠이 든 30대가 숨졌다. 질식사, 저체온증, 고온에 따른 열사병에 의한 사망 등 다양한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18일 저녁 7시9분께 충북 청주시 금천동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 세워진 승합차 안에서 ㅇ(38)씨가 누워 있는 것을 경비원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이 경비원은 경찰에게 “한 주민이 차에 사람이 누워 있는데 확인해보라고 해 가보니 차문이 잠겨 있어 119구급대를 통해 차문을 열고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고 밝혔다.
야간 시간대에 배달일을 해온 ㅇ씨는 이날 오전 퇴근해 집에 있다가 더워지자 이날 오후 4시40분께 집에서 나와 주차장에 세워져 있던 자신의 차에 에어컨을 틀어 놓고 잠을 잤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출동 당시 차 문과 차창 등은 모두 잠겨져 있었다. 35도 안팎의 고온 상태에서 거의 밀폐된 차안에 에어컨을 틀어 놓고 잠을 자다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두고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에어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주목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차량이 상당히 노후화한 상태였고, 뒤쪽은 에어컨이 고장이 나 있었다. 앞쪽엔 작동이 되긴 했지만 시원치 않은 듯했다. 찬찬히 조사해 볼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정호 충북대병원 교수(소화기내과)는 “에어컨이 직접 질식사에 이르게 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에어컨·선풍기에 의한 질식사는 거의 괴담 수준이다. 오히려 에어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고온에 따른 열사병으로 숨졌을 가능성이 더 크다. 하지만 차의 상태, 기온 등 외부요인, 피해자의 질환·건강 상태 등을 먼저 살펴봐야 한다. 정확한 사인은 부검을 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사망 원인과 경위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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