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의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하던 정원석(20)씨는 평소 성실한 근무태도를 눈여겨본 지점장의 추천을 받아 본사에서 매니저 채용 면접을 볼 기회를 얻었다.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정씨는 제대로 된 정장 하나 없어 고민하다 강서구가 운영하는 ‘나눔샵’(사진) 소식을 들었다. 지난 7월부터 등촌4종합사회복지관 1층에 터를 잡은 나눔샵은 1000~2000원의 저렴한 대여료로 정장 한 벌을 빌려주고 있다. 일반가게에서는 2만~3만원은 줘야 정장을 빌릴 수 있다. 정씨는 나눔샵에서 남성정장 한 벌을 빌려 면접을 성공적으로 봤고 현재 매니저로 정식 채용돼 근무하고 있다.
면접이나 경조사 등 격식을 차려야 하는 자리에 정장이 필요하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사기엔 비용이 부담스럽다. 이런 주민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강서구는 필요할 때 정장을 빌려 주는 정장공유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나눔샵에 비치된 정장은 모두 100여벌로 모두 지역 주민과 교회, 복지단체의 정성어린 후원으로 하나 둘 마련했다. 정장과 어울리는 넥타이와 구두 등 액세서리도 20여 점이 있다.
주 이용계층은 주머니가 얇은 청년 구직자들이다. 문을 연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면접에 적당한 깔끔한 정장 한 벌을 저렴한 가격에 빌릴 수 있다는 사실이 입 소문을 타면서 나눔샵을 이용하는 주민도 늘어나고 있다.
정장을 빌리고자 하는 주민은 신분증을 지참해 나눔샵에 방문하면 직접 원하는 물품을 선택해 입어보고 대여할 수 있다. 나눔샵 운영시간은 매주 월요일~금요일 오전 11~오후 5시다. 수익금은 모두 기부품의 수선과 세탁비 등에 사용된다.
한편 서울시는 지난 4월 ㈔열린옷장과 협약을 맺고 만 18~34살 서울이 주소지인 청년 구직자를 대상으로 정장, 넥타이, 구두, 벨트까지 3박4일동안 무료로 대여해주는 ‘취업날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광진구는 2013년부터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과 고시원생의 정장 구입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동 주민센터 자원봉사캠프 사무실에 ‘양복대여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1회 대여비는 5000~1만원이다.
원낙연 기자
yanni@hani.co.kr, 사진 강서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