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모교 졸업한 익명의 독지가 장학금 내놔
올 2월에도 400여만원 기탁 “아이들 잘 자라길”
올 2월에도 400여만원 기탁 “아이들 잘 자라길”
“제가 누구인지 알려 하지 마세요. 뒤에서 조용히 아이들이 잘 자라는 것을 보고 싶네요.”
충북 보은자영고에 이름 밝히기를 꺼린 한 독지가가 장학금 1억여원을 내놨다.
보은자영고는 지난 18일 오전 한 독지가가 학교에 와 장학금 기탁 증서를 쓴 뒤 곧바로 은행에서 장학금 등 1억300만원을 입금했다고 24일 밝혔다.
이 학교 박선수 교장은 “이 독지가는 이름은 물론 나이와 성별 등 일체를 알리지 말 것을 부탁하며 장학금을 전달 뜻을 전했다. 여건이 나아지면 또 장학금을 내놓겠다는 뜻을 남기고 15분 남짓 차 한 잔 마신 뒤 홀연히 사라졌다”고 밝혔다. 박 교장은 “이 분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은 당신의 취지와 맞지 않다며 공개를 한사코 말렸지만 남들의 귀감이 될 듯해 장학금 전달 사실만 알리기로 했다. 장학금 가운데 일부를 도서구입비로 쓰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더니 300만원을 더 보내줬다”고 덧붙였다.
이 독지가는 지난 2월에도 장학금 415만원을 내놔, 학교는 졸업생 83명 전원에게 장학금을 건네기도 했다. 그는 보은에서 나고 자란 축산농으로 자수성가했으며, 보은자영고를 졸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는 이 독지가의 뜻에 따라 해마다 500만원이 넘지 않는 선에서 장학금을 운용하기로 했다. 자영 농업인 육성 특화고로 뽑힌 창조농업선도학교답게 한국농수산대학 진학 학생과 성적이 우수하면서도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 등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박 교장은 “앞에서 드러내지 않고 뒤에서 조용히 학교와 학생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을 존중하기로 했다. 장학금을 통해 학교와 학생들이 한 단계 성장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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