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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남이장군 후손, 탈북자 이복동생과 57년만에 상봉

등록 2016-08-29 17:14수정 2016-08-29 17:49

1950년대 불가리아 유학한 남승범 김책공대 교수
불가리아 여성과 아들 낳고 귀국…이후 재회 실패
남매, 현대사 굴곡 지나 “아버지 정 느껴진다”
“정말 떨리지만 참 행복합니다.”

29일 한국을 처음 방문한 불가리아 소피아국립대 카멘 남(59·지리학) 교수가 생면부지인 이복 여동생과 상봉했다. 이날 오후 경기도청 브리핑룸에 들어선 그는 이복동생 남율주(가명·49)씨를 보자마자 껴안았다. “오빠 힘내세요. 말은 안 통해도 아버지의 정이 느껴져요.” 이복동생 남씨의 말이 가늘게 떨렸다.

29일 오후 남이 장군의 19대 후손이자 남승범 북한 김책공업종합대학교 전 교수의 아들인 카멘 남 소피아국립대 교수와 이복동생 남율주씨가 공동기자회견을 하던 중 서로 포옹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29일 오후 남이 장군의 19대 후손이자 남승범 북한 김책공업종합대학교 전 교수의 아들인 카멘 남 소피아국립대 교수와 이복동생 남율주씨가 공동기자회견을 하던 중 서로 포옹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1953년 한국전쟁은 끝났지만, 분단의 상처는 반세기를 훌쩍 뛰어넘었다.

카멘 남 교수는 남이(1441~1468) 장군의 후손으로 그의 아버지는 고 남승범 김책공업종합대 교수, 어머니는 예카테리나 소피아국립대 교수였다.

이들의 사랑이 이뤄진 것은 한국전쟁 직후였다. 북한은 간부 육성을 위해 250여명의 유학생을 불가리아로 보냈는데 카멘 남의 아버지인 남승범도 그 일원으로 소피아대에서 5년간의 유학생활을 했다. 남승범은 전쟁 중 부상 치료를 위해 재활센터를 다니면서 카멘 남의 어머니인 예카테리나도 만났다.

하지만 카멘 남이 2살일 때 아버지 남승범이 귀국 명령을 받아 1959년 평양으로 복귀하면서 셋은 이산가족이 됐다.

카멘 남 교수가 어렸을 적 불가리아에서 아버지 남승범, 어머니 예카테리나와 함께 찍은 모습이다.  카멘 남 교수 제공
카멘 남 교수가 어렸을 적 불가리아에서 아버지 남승범, 어머니 예카테리나와 함께 찍은 모습이다. 카멘 남 교수 제공
그의 어머니 예카테리나는 귀국한 남편을 찾아 백방으로 애쓴 끝에 북한 주재 불가리아대사관 비서직에 선발됐다. 아들인 카멘 남을 불가리아에 둔 채 북한을 방문한 그의 어머니는 남편과 극적인 재회를 했지만 이도 잠시였다.

아내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교수로 자리잡은 아버지 남승범은 교수직까지 잃었고, 어머니 예카테리나는 2년 만에 불가리아로 복귀해야 했다.

불가리아에서 북한 생활을 토대로 <코리아>라는 책을 발간했던 예카테리나는 북에 남은 남편에게 피해가 없도록 연락도 끊었고 재혼도 하지 않은 채 홀로 외아들을 키웠다.

남승범은 그사이 북한에서 재혼해 1남2녀를 더 낳았고 다시는 불가리아에 남겨둔 아내와 아들을 보지 못한 채 1989년 숨졌다. 이날 카멘 남 교수가 극적으로 상봉한 이복동생은 고 남승범의 둘째로, 북한을 탈출해 2007년 중국을 거쳐 남한에 정착했으며, 수년 전부터 전자우편을 통해 카멘 남 교수와 소식을 주고받았다.

카멘 남 교수는 “지난 5월 불가리아를 방문한 남경필 경기지사의 주선으로 오늘 여동생을 만날 수 있었다. 고맙다”고 말했다.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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