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회 먹지 않았는데도 걸려…발병 원인 오리무중
경남 거제에서 세 번째 콜레라 환자가 발생했다. 하지만 이 환자는 앞서 발병한 2명과 달리 생선회를 먹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질병관리본부가 바닷물까지 조사하는 등 광범위한 역학조사를 하고 있지만 콜레라 발병 원인은 여전히 오리무중인 상태이다.
홍민희 경남도 복지보건국장은 31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남 거제시 옥포동에 사는 김아무개(64)씨가 31일 새벽 1시30분께 콜레라 양성 환자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 19일 거제지역 시장에서 정어리와 오징어를 구입해, 19~20일 집에서 정어리는 굽고 오징어는 삶아서 부인(61)과 함께 먹은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21일부터 설사 증세를 보였고, 24일 복통을 동반하며 설사 증세가 더욱 심해지자 ㅈ내과를 찾아가 수액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증세가 악화되자 25일 ㄷ병원에 입원했고, 심한 탈수로 인한 급성신부전까지 발생하자, 26일 부산 동아대병원으로 옮겨져 중환자실에서 집중치료를 받았다. 31일 현재 김씨는 동아대병원 일반병실에서 격리치료를 받고 있다.
김씨 부인도 설사 증세를 보였으나, 지난 30일 콜레라균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았다.
ㅈ내과는 지난 24일 김씨에게서 검삿감을 채취해 서울 ㅅ의료재단에 의뢰했고, 30일 서울보건환경연구원이 콜레라 감염 사실을 확인했다. 거제보건소는 30일 오후에야 콜레라 의심환자 추가 발생사실을 파악할 수 있었다. 콜레라 의심증세 환자가 발견되면 즉시 보건소에 신고하게 되어 있으나, 김씨를 처음 진료한 ㅈ내과는 30일 오후 3시께에야 거제보건소에 신고했기 때문이다.
보건당국은 김씨가 정어리와 오징어를 조리하는 과정에 사용한 칼과 도마에 묻은 콜레라균 때문에 콜레라에 걸렸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콜레라균은 100℃ 이상 고온에 30초 이상 노출되면 죽는데, 김씨는 정어리와 오징어를 굽거나 삶아서 먹었기 때문이다.
홍민희 국장은 “김씨 부부가 먹은 정어리와 오징어가 어디에서 잡힌 것인지 조사하고 있으며, 부인도 콜레라에 걸렸다가 저절로 나았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아직 콜레라 감염 경로를 알 수 없으나, 지금까지 콜레라에 걸린 3명의 공통점이 거제지역이라는 것 외에는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집단발병이 아닌 간헐적 발생으로 본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7~8일 경남 통영과 거제를 방문해 생선회를 먹은 뒤 설사 증세를 보였던 관광객(59)이 지난 22일 콜레라에 걸린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에선 2001년 이후 15년만에 처음 발생한 콜레라 환자였다. 이후 지난 14일 거제 앞바다에서 잡은 삼치를 회로 먹은 거제주민(73·여)도 24일 콜레라에 걸린 것으로 확인됐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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