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중소기업지원센터협의회 일부 임원들이 회의를 빌미로 이틀 동안 제주에서 골프를 치는 등 사실상 외유를 즐긴 사실이 드러났다. 조선·해운업계 구조조정 여파로 지역 중소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때에 지역 중소기업을 보살피는 기관의 수장들이 본분을 망각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6일 <한겨레> 취재 결과, 서울·대전·울산·경기·충북·충남·전북·전남·경북·제주 등 전국 10개 지역 경제진흥원 원장과 대표, 본부장, 수행원 등 20여명은 지난달 26~29일 40회 이사회를 연다며 제주에 머물렀다. 1박2일만 하고 돌아간 이들도 있었고 2박3일 머문 이들도 있었다.
참석자들은 첫날인 26일 오후 4시30분~6시 투숙한 부영관광호텔에서 회의를 했고, 나머지 일정은 두 팀으로 나눠 골프를 치거나 유명 관광지 등을 둘러봤다. 골프는 차를 타면 숙소에서 1시간여 걸리는 더클래식골프장에서 쳤다. 27일 오전엔 8명이, 28일 오전엔 4명이 18홀 코스를 돌며 쳤다.
골프를 치지 않는 사람들은 27일 오후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 들러 면세점과 특산품 판매점을 구경하거나 상품을 샀고, 해군기지가 들어설 예정인 강정마을 명소를 방문했다. 28일 오전엔 녹차밭으로 유명한 오설록을 둘러봤다.
골프를 치지 않는 사람들은 애초 27일 생수 제조공장인 삼다수와 제주국제컨벤션센터, 28일 오전 초콜릿 제조회사인 제키스 등 산업현장을 방문하려 했으나 비가 오고 토·일요일 공장 가동을 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취소했다.
골프를 친 사람들은 골프비용을 스스로 부담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태도다. 하지만 호텔 숙박비와 점심·저녁 식사 비용 및 왕복 항공권 등은 지역 경제진흥원이 지급하거나 경제진흥원들이 전국중소기업지원센터협의회에 내는 연간 분담금에서 지출했다.
행사를 주관한 제주경제진흥원 쪽은 “그동안 제주에서 이사회를 여러 차례 했는데 2박3일은 처음이다. 육지에서 제주에 오면 공식 일정이 끝나고 여행하는 게 관례여서 관광지 방문을 일정에 넣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역 경제진흥원의 한 관계자는 “회의 안건을 보면 토론이 필요한 안건은 1건뿐이고 나머지 4건은 보고사항이었다. 당일 회의만 하면 끝날 일인데 일정을 늘려 잡아 비용을 지출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전국중소기업지원센터협의회는 2006년 전국 13개 지역 경제진흥원(옛 중소기업지원센터)이 정보 교환과 중소기업 지원사업의 공동 연구개발 및 공동 사업 운영 등을 통해 지방 중소기업의 육성과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할 목적으로 설립했다. 각 경제진흥원은 수익기반이 약해서 광역자치단체의 재정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사실상 자치단체 산하 공공기관이다.
제주/허호준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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