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동안 일 시키고 임금 안 줘. 기초수급비도 가로채
충북 청원경찰서, ㅂ 씨 부부 특수상해 등 혐의로 조사
곽재표 충북 청원경찰서 수사과장이 12일 지적 장애인 폭행·임금 착취 사건 관련 설명을 하고 있다.
10년 동안 장애인에게 일을 시키면서 때리고, 임금을 주지 않은 일이 또 일어났다. 부부가 지적 장애인을 축사에서 20년째 강제 노역을 시키고 학대한 ‘만득이 사건’의 판박이다. 장소만 타이어 수리점으로 달랐다. 이번에도 행정기관은 장애인의 편이 아니었다.
충북 청원경찰서는 12일 지적 장애인을 학대하고 임금을 주지 않은 혐의(특수상해, 근로기준법 위반 등)로 ㅂ(64)·ㅇ(64)씨 부부를 불구속 입건했다. 청주에서 타이어 수리점을 운영하는 ㅂ씨 부부는 지난 2006년부터 지난 7일까지 ㄱ(42·지적장애 3급)씨를 고용해 수시로 때리고, 임금도 주지 않은 혐의를 사고 있다. 이들은 ㄱ씨에게 지급된 기초생활생계급여·장애수당 등 2400여만원을 가로채 생활비 등으로 쓴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수사 결과를 보면, ㄱ씨는 지난 2008년 숨진 아버지의 소개로 이 수리점에 왔으며, 수리점 마당에 있는 2평(6.6㎡) 남짓한 컨테이너에서 홀로 생활해 왔다. 곽재표 청원경찰서 수사과장은 “주로 타이어 수리를 돕거나 부인 ㅇ씨가 운영하는 식당 등에서 허드렛일을 하면서 수시로 맞고 다친 것으로 보인다. ㄱ씨는 ‘말을 듣지 않거나 거짓말 등을 하면 맞았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인간제조기’, ‘거짓말 정신봉!’이라는 글귀가 쓰인 농기구 자루와 막대 등을 폭행 증거물로 제시했다. 부부는 범행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ㄱ씨는 지금 한 보호 기관에 머물고 있으며, 경찰은 ㅂ씨 부부의 혐의가 추가로 드러나면 구속영장을 신청할 참이다.
충북도·청주시 등은 지난 7월 ‘만득이 사건’ 이후 장애인 실태 전수 조사를 벌였지만 결국 헛조사가 됐다. 충북도는 지난 7일 도내 전 시군에서 지적·자폐·정신장애인 1만3766명 전수 조사를 해 소재 불명 장애인 10명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조사 기간에 제보된 17건 가운데 4건을 수사 의뢰하고, 나머지 13건은 조사했지만 강제 노역·학대 등의 정황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조사에는 ㄱ씨의 학대 피해는 드러나지 않았다. 조사를 맡은 청주시 직원은 전화만 했다. 이 직원은 “당시 장애인의 소재만을 파악하는 조사여서 전화로 했다”고 말했다. 기초생활 수급 관련 업무를 하는 다른 직원은 ㄱ씨의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역시 강제 노역·학대 사실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 직원은 “현장에서 ㄱ씨와 ㅂ씨 등을 만났지만 일을 하지 않고, 임금도 받지 않는다고 했다. 강제노역, 학대 등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성식 충북도 노인장애인과장은 “또 장애인 폭행·학대 사건이 일어나 안타깝다. 제때 파악해 적절하게 조처하지 못해 아쉽기도 하다. 앞으로 철저하게 실태를 파악해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겠다”고 밝혔다.
글·사진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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