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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시는 사랑의 통로였고 세상의 창이었죠”

등록 2016-09-18 17:55수정 2016-09-18 21:18

전교조 해직 풍상 60살 장권호 교사
36년 교직 지탱한 시 79편 선집 펴내
‘학생, 동료 교사에 주는 응원 노래’
광주광역시 운남고 장권호(60) 교사. 사진 출판사 심미안 제공
광주광역시 운남고 장권호(60) 교사. 사진 출판사 심미안 제공
해직교사 출신 60대 국어교사가 지칠 때마다 자신을 일으켜 세웠던 시들을 모아 시선집을 펴냈다.

광주광역시 운남고 장권호(60) 교사는 18일 평탄치 않았던 36년 동안의 교단 생활을 지탱해준 시편들로 시선집 <사람의 숲에서 만난 시>를 펴냈다. 이 책에는 그가 10년 넘게 <광주교사신문>의 ‘시가 있는 오솔길’에 연재했던 시들 중에서 가려뽑은 79편이 실렸다. 신경림 시인의 ‘말골분교 김성구 교사’, 도종환 시인의 ‘어릴 때 내 꿈’ 등 교사의 자세와 학교의 풍경 등을 다룬 교육 관련 시들이 중심에 놓여 있다.

그는 시들을 소개한 뒤 “세상에는 우리가 가르쳐야 할 사람보다 배워야 할 사람들이 더 많다. 사람 뿐만 아니라 산과 들과 물에서도 마음을 열어 배우는 사람만이 가르칠 자격이 있다”며 “내 꿈은 물을 건너지 못하는 아이들의 징검다리 되는 것”이라고 적었다.

그는 오래전 수업을 끝내고 교실을 나서다 한 아이로부터 쪽지 한 장을 건네받고 부끄러웠던 기억도 떠올렸다. “몽당 분필은 안쓰시나 봐요. 한 번 부러지면 생명도 끝인데, 워째야 이 아까운 분필을 좀 더 사용할 수 있을까요”라는 쪽지는 지금도 그를 아프게 다그친다.

또 고재종의 ‘파안’, 이도윤의 ‘노래’, 안도현의 ‘모퉁이’, 이현주의 ‘밥먹는 자식에게’, 노무현의 ‘유서’ 등을 읽었을 때 느꼈던 울림과 떨림도 그대로 전달했다.

이 책은 평생 모국어를 가르쳐온 선배 교사가 말들의 바다에서 건져올려 교사와 학생한테 전해주는 응원의 노래이기도 하다.

정년을 2년 앞둔 그는 “시는 사람을 사랑하는 통로였고, 세상을 이어주는 창이었다”며 “이 땅의 교사로 가파른 시대를 살면서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곁에 시가 있어서 남루하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전북대 국문과를 졸업한 그는 81년 전남 순천상고에서 교직에 들어섰다. 89년 광주 금호고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쫓겨났다가 94년에야 복직하는 풍상을 겪었다.

광주/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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