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진의 나무는 각도와 크기만 다르게 찍었을 뿐 같은 것이다. 이런 눈속임으로 방제한 나무 수를 부풀려 돈을 타낸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업자들이 경찰에 적발됐다. 경남경찰청 제공
숲 가꾸기와 병해충 방제 사업을 하는 ㈜ㅅ산림 대표 정아무개(63)씨는 소나무 재선충병에 걸린 경남 창원시 진해구 웅동 평발마을 뒷산의 소나무 300그루를 방제하기로 2013년 10월 진해구와 계약하고 1366만원을 받았다. 하지만 정씨는 계약과 달리 235그루만 방제한 뒤, 벌목한 소나무를 다양한 각도로 사진 찍는 수법으로 마치 300그루 모두 방제한 것처럼 속여 사업발주처인 진해구에 보고했다. 담당 공무원은 같은 해 12월 방제작업이 완료된 직후 현장을 점검하고도 엉터리 방제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준공검사를 해줬다.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작업을 하며 방제한 나무 그루 수를 허위로 부풀리는 수법을 사용해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부당하게 돈을 타낸 방제사업자들이 적발됐다. 담당 공무원이 현장을 제대로 점검했다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인데, 이들의 범행은 경찰에 적발되기 전까지 20차례나 계속된 것으로 드러났다.
경남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19일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작업을 하며 그루 수 부풀리기, 불법 하도급 주기 등 수법으로 20차례에 걸쳐 11억5700만원을 부당하게 챙긴 혐의(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정씨 등 산림법인 대표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또 이들에게 대여료를 받고 자신의 명의를 빌려준 혐의(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김아무개(32)씨 등 산림경영기술 자격증 소지자 16명도 입건했다.
정씨 등 산림법인 대표들은 2013년 10월부터 경남 창원시와 김해시에서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작업을 하며 온갖 눈속임으로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방제사업비를 부당하게 타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또 산림법인을 설립하기 위해, 실제 근무하지 않는 산림경영기술 자격증 소지자들을 직원으로 등록시켜 경남도에 신고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창원시 각 구청과 김해시청 담당 공무원들은 ‘현장을 점검했지만, 인력 부족 탓에 전체 사업구역을 확인하지 못하고 표본구역만 확인해, 엉터리 방제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지만, 지방자치단체의 부실한 관리·감독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어 “적발된 산림법인 대표들은 ‘불법을 저지른 것은 맞지만, 전국 거의 모든 산림법인이 우리처럼 하는데 왜 우리만 처벌하느냐’고 항의하고 있다. 엄청난 세금을 들여 전국에서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를 하지만,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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