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난개발의 끝판…경기도 광주시 오포읍 신현리 일대
교통·교육·치안·의료·공원 ‘뭐하나 갖춘 게 없는 무대책 도시’
빌라주택 급증에 ‘전세 난민’ 가세 4㎞ 통과 1시간 넘게 걸려
뒷짐만 지던 광주시 부랴부랴 나섰지만 사실상 대책 없어
교통·교육·치안·의료·공원 ‘뭐하나 갖춘 게 없는 무대책 도시’
빌라주택 급증에 ‘전세 난민’ 가세 4㎞ 통과 1시간 넘게 걸려
뒷짐만 지던 광주시 부랴부랴 나섰지만 사실상 대책 없어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와 맞닿은 광주시 오포읍 신현리. 곳곳에 나붙은 분양 펼침막은 하나같이 ‘분당권’이라는 수식어가 빠지지 않았다. ‘분당에서 5분 거리’, ‘분당 학군’, ‘분당권 빌라’가 그것이다.
지난 6일 아침 8시50분께 오포읍 광명초등학교 삼거리. 수백대의 차량이 비좁은 도로에서 옴짝달싹하지 못했다. 10여m도 채 이어지지 않는 인도를 걷다 다시 차도로 내려서기를 반복하는 어린이와 시민들의 모습은 위태롭기 짝이 없었다.
교통신호 때마다 차들은 꼬리를 물고 늘어져 순식간에 뒤엉켰다. 인근 야산 곳곳은 중장비가 달라붙어 야금야금 녹지를 파먹었다. 속살을 훤히 드러낸 곳에는 여지없이 빌라주택을 짓는 공사가 한창이다.
이 일대는 매일 아침 7시를 넘으면 ‘교통전쟁’이 시작된다. 광명초교 주변 안쪽 빌라단지에서 왕복 2차로의 비좁은 도로를 거쳐 오포읍과 분당구 경계인 태재 교차로까지의 거리는 불과 4㎞ 안팎이지만, 1시간을 허비해야 통과할 수 있다. 교통전쟁은 이제 퇴근 시간은 물론 대낮까지 이어진다.
2011∼2015년 5년 동안 광주시에서의 빌라주택(대부분 다세대) 건축허가 건수는 2만3357가구. 이 가운데 43%인 1만256가구가 오포읍에서 이뤄졌다. 여기에 2018년까지 신현리에만 아파트 2천여가구가 잇따라 입주한다.
오포읍 인구는 2010년 말 5만8376명에서 지난 8월 현재 9만941명으로 늘었다. 광주시 전체인구(31만9천여명)의 30%에 육박한다. 빌라 난개발이 이뤄진 신현리와 능평리 2개 마을 인구만 5만명이다. 또한, 오포읍 자동차 등록 대수는 지난 8월 말 4만3160대로 광주시 전체의 27%를 차지한다.
빌라주택은 폭 6m 진입로(기존 도로는 4m)만 개설하면 허가를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도로망 확충 없이 빌라주택만 늘어나 이 일대 하루 교통량은 6만1천대에 이르게 됐다.
광주시 교통 서비스수준(A∼F) 분석 결과, 태재 교차로는 E등급, 광명초 교차로는 F등급이 나왔다. E등급은 ‘운전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최대 지체한계 수준’이고, F등급은 ‘대부분 운전자가 받아들일 수 없는 교통량 과포화 상태’를 뜻한다.
난개발의 ‘끝판’이란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팔당상수원보호구역과 수도권정비계획법 등 각종 규제에 묶여 있는 광주시는, 공무원들이 각종 인허가 때마다 ‘과잉규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 잦은 원성을 샀다. 하지만, 유독 오포지역 빌라 개발에는 인심 쓰듯 허가를 내줬다.
결국, 이 일대는 학교·공원·치안 등 뭐 하나 제대로 갖춰진 게 없다. 초등학교는 광명초교 한 곳뿐이고 유치원도 공립병설과 사립 한 곳에 불과하다. 광명초는 40학급에 전교생이 1261명에 이른다. ‘과대과밀 학교’다. 혁신학교로 지정됐지만, 평균 학급당 학생 수는 30명이 넘는다. 한때 40명에 육박했으나 그나마 교장실·행정실·교무실을 반으로 쪼개고 운동장에 6개 교실을 증축해 과밀도를 낮춘 것이다.
2014년 신현·능평·문형리를 관할하는 광주경찰서 오포서부파출소까지 문을 열었다. 하지만 이 파출소에 배치된 경찰관은 21명에 불과해 경찰관 1인당 치안 수요는 2300명을 훌쩍 넘는다.
난개발 원인은 서울과 분당에서 밀려난 ‘전세 난민에다 ‘무기력한 행정’이 겹쳐지면서 절정을 이루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아무개(56·부동산중개업)씨는 “전세난에다 성남 본시가지의 재개발·재건축 인구가 몰려오며 빌라주택 수요가 폭증했다. 도시 관리계획과 주택정책의 실패가 불러온 합작품”이라고 지적했다.
광주시는 개발압력이 높은 지역의 계획적 개발 및 관리방안을 제시하는 유도적 성격의 도시계획기법을 도입하겠다고 부랴부랴 나섰지만, 반응은 싸늘하다. ‘늦어도 너무 늦었다’는 것이다.
주민 이인구(52·오포읍)시는 “10여년 전부터 예고된 일이지만, 당국은 법령만 따지며 돌이킬 수 없는 난개발을 방치했다. 이제 무슨 대책이 통하겠느냐. 차라리 중앙정부가 나서 도로 확충 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조억동 광주시장은 지난 4~6월 국토부와 기획재정부를 찾아가 오포∼분당 도로 확장과 지하차도 개설, 신현3리 대체도로 개설 등을 요청한 상태지만, 여의치 않다. 광주시 관계자는 “당장 난개발을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 가운데 하나는 우선 도로 확충이어서 행정력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글·사진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제2의 분당'이란 미명 아래 걷잡을 수 없는 난개발이 빚어진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 신현리 일대. 지난 6일 오전 신현리 교차로에서 분당으로 빠져나가려는 차량들이 뒤엉킨채 교통체증에 시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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