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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이 살아야 인간도 산다”…농가, ‘토종벌 괴질’ 대책 요구

등록 2016-09-19 16:56수정 2016-09-19 21:31

20일 충주서 낭충봉아부패병 감염으로 폐사한 토종 벌통 800여통 소각
전국 토종벌 98% 궤멸 추정, “살처분 대상 포함 정부가 나서야” 대책 요구
김대립(맨 오른쪽)한국한봉협회 회생팀장 등 한봉업자들이 낭충봉아부패병으로부터 토종벌을 지키는 연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대립(맨 오른쪽)한국한봉협회 회생팀장 등 한봉업자들이 낭충봉아부패병으로부터 토종벌을 지키는 연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는 4년 안에 멸망한다.”

과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예언으로 알려져 있다. 예언의 진위 등을 놓고 논란이 있지만 토종벌을 키우는 한봉업자들은 이 말을 철석같이 믿고 있다. “농작물 등 지구 위 식물 70%를 곤충이 수정하고, 그 절반 이상을 꿀벌이 담당합니다. 꿀벌이 사라지면 식량 자원이 줄어 지구는 생존할 수 없는 공간이 되죠.” 한국한봉협회 김대립(43) 회생팀장의 말이다. 앞서 지난 2014년 꿀벌이 급감하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가장 부지런한 일꾼을 구하라”며 미 농무부 등에 꿀벌 지키기 전략팀 구성을 지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국의 토종벌 농가들은 요즘 죽을 맛이다. 2008년 최초 발병해 2010년 이후 전국 토종벌 98%를 궤멸시킨 ‘낭충봉아부패병’ 때문이다. 면역력이 약해진 벌에 바이러스가 침입해 서서히 말려 죽이는 병이다. 감염된 애벌레 한 마리가 어른벌 10만 마리를 감염시켜, 반경 6㎞ 안 토종벌을 초토화할 정도로 전염력이 강하다. 아직 원인·백신 등이 나오지 않았으며, 피해는 토종벌에 집중돼 ‘토종벌 괴질’로 불리고 있다.

김대립(맨 오른쪽)한국한봉협회 회생팀장 등 한봉업자들이 낭충봉아부패병으로부터 토종벌을 지키는 연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대립(맨 오른쪽)한국한봉협회 회생팀장 등 한봉업자들이 낭충봉아부패병으로부터 토종벌을 지키는 연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국한봉협회 자료를 보면, 2010년 전국에서 토종벌 43만1천군(1군은 꿀벌 1만~1만5천 마리)을 사육했고 그해 42만2380군(98%)이 해를 입었다. 올해는 전국에서 1만군 정도만 사육되고 있으며 이마저도 절반 정도는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토종벌 농가들은 이 병의 영향으로 분봉률이 급격히 떨어져 결국 토종벌의 씨가 마를 것을 우려하고 있다. 분봉은 꿀벌의 새 여왕벌이 왕대에서 나오기 전에 원래의 여왕벌이 일벌의 일부와 함께 집에서 나와 다른 집을 만드는 현상이다. 김대립 회생팀장은 “지난 3월 전국에서 종봉(씨벌) 1만군으로 분봉을 해 지난 8월 조사했더니 1만군이었다. 대개 1군이 4개군으로 번식해 이상이 없다면 4만군이 돼야 하는데 낭충봉아부패병 때문에 분봉이 제대로 안된다. 6천군 이상이 질병으로 폐사했으며, 남은 것도 절반 이상은 질병을 보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대립(오른쪽)한국한봉협회 회생팀장 등 한봉업자들이 낭충봉아부패병으로부터 토종벌을 지키는 연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대립(오른쪽)한국한봉협회 회생팀장 등 한봉업자들이 낭충봉아부패병으로부터 토종벌을 지키는 연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충북의 토종벌 농가들이 정부에 ‘살처분 대상 포함’ 등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충북에선 2014년까지 325농가가 4003군의 토종벌을 키우고 있다. 한국한봉협회 충북지회 회원 80여명과 전국의 토종벌 농가 등 100여명은 20일 오전 10시30분부터 충주시 신니면 한 농가에 낭충봉아부패병으로 폐사한 꿀벌의 벌통 800여통을 쌓아 두고 화형식을 할 참이다. 충북은 전국에 남은 토종벌 8천군 가운데 2천군이 남아 그나마 상징적인 곳이다.

이들은 정부에 △살처분 대상에 낭충봉아부패병 포함 △토종벌 방재 매뉴얼 마련 △토종벌 질병 관련 전수조사 △토종벌 복원 대책 마련 등을 요구할 참이다.

박인범(60) 한봉협회 충북지회 사무국장은 “가축전염병예방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살처분 대상에 폐사한 토종벌을 포함해야 한다. 그래야 질병 원인을 차단할 수 있고, 결딴난 농가들을 그나마 살릴 수 있다. 여러 방법을 썼지만 효과가 없었다.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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