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시 남면 금오도의 농가맛집 ‘비렁길 자연밥상’. 사진 여수시 제공
한해 탐방객 30여만명이 찾는 전남 여수 금오도에 향토맛집 ‘비렁길 자연밥상’이 등장했다.
여수시는 20일 “금오도를 찾는 탐방객들에게 절벽·초분 등 볼거리 뿐 아니라 방풍을 활용한 먹을 거리를 선보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시는 올해 초부터 준비한 향토음식 자원화 사업의 첫 성과로 비렁길 1코스와 2코스 중간에 농가맛집 ‘자연밥상’을 열었다”고 밝혔다.
이 맛집은 비렁길 5개 코스 18.5㎞ 중 1코스인 함구미~두포 구간이 끝나는 5㎞ 지점에 자리를 잡았다. 바다와 마을이 보이는 지상 2층 목재 건물로 식당과 테라스에서 60~70명이 한꺼번에 먹을 수 있다. 이곳에선 따뜻한 날씨 덕분에 전국의 80%를 재배하고,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금오도 방풍을 주재료로 색다른 상차림을 내놓는다. 방풍은 <동의보감>에 “36가지 풍증을 치료하며 오장을 좋게하고 맥풍을 몰아낸다”고 기록된 약용작물이다. 방풍 잎에선 향긋하면서 쌉싸름한 맛이 난다.
자연밥상에 들르면 개운한 방풍나물을 비롯해 방풍해물전, 방풍장아찌, 방풍뚝배기, 방풍해초무침 등 여러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조리할 때 방풍 잎을 재료로 쓰거나 말린 방풍, 방풍가루, 방풍육수 등을 활용한다. 또 바다에서 구한 조개·해초·장어·갈치, 주변 산과 밭에서 나온 고사리·도라지·부추·배추 등으로 밑반찬을 만든다. 대표 식단은 금오사계(1만5천원), 방풍한상(1만원), 방풍장어탕(1만원) 등이다.
운영자인 박희철·나정숙(61)씨 부부는 여수에서 식당을 하다 은퇴하고 남편 박씨의 고향으로 귀촌했다. 섬에 들어와 70~80대들도 바깥에서 팔팔하게 일하는 모습을 보고 방풍음식을 내놓기로 했다.
이들은 “쉬러왔다 일을 크게 벌였다. 시에서 운영 자문을 받고, 마을에서 식재료를 구하고 있다. 찾아주시는 분들에게 고향의 맛을 선사하겠다”고 말했다.
비렁길은 지난 2012년 개장 이후 높이 40~50m 해안 절벽(비렁)의 아찔한 비경이 알려지면서 전국적인 걷기 명소로 떠올랐다.
안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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