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관계기관 폐지여론에 회의적
학계도 “부작용 최소화 방안 찾아야”
학계도 “부작용 최소화 방안 찾아야”
무사증(비자)으로 제주에 들어온 중국인이 성당에서 기도하던 60대 여성을 숨지게 한 사건을 계기로 외국인 범죄 증가 등을 내세워 무비자제도를 폐지하자는 여론이 이는 데 대해 감정적 대응을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신문과 방송 매체들은 지난 19일부터 무비자제도 재검토에 대한 여론이 높다는 보도들을 내놓고 있고,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 청원 사이트에도 무비자제도를 폐지하자는 청원운동이 4건이나 진행되고 있다. 시민단체도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도내 외국인 범죄는 외국인 관광객(중국인) 증가와 함께 늘고 있다. 지난 2011년 121건에서 지난해 393건으로 증가했으며, 올해는 지난달 말까지 397건이 발생해 지난 한해 발생 건수를 넘어서고 있다. 올해 발생 건수 가운데 32.5%인 129건은 교통 관련 범죄다.
제주도 무비자 입국제도는 2002년 관광객 유치를 위해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된 11개국을 뺀 모든 국적의 외국인이 관광을 목적으로 방문할 경우 비자 없이 30일 동안 체류할 수 있도록 도입된 제도이다.
지난해 제주지역 무비자 입국자는 62만9724명으로, 중국인이 99%인 62만3521명이었다. 올해도 지난 7월까지 제주도를 찾은 무비자 외국인은 54만8205명으로 이 가운데 99.4%인 54만4775명이 중국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제도가 사실상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제도로 활용되고 있다.
무비자제도 폐지론에 불을 붙인 것은 지난 9일 제주시 연동의 한 음식점에서 중국인 관광객 집단폭행사건에 이어 지난 17일 제주시 내 성당에서 기도하던 60대 여성이 중국인이 휘두른 흉기에 숨진 것이 결정적이다.
그러나 외국인 범죄의 증가 등에 대한 우려는 인정하지만 무비자제도 폐지 자체는 근본적인 대책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제주대 한 교수는 “이번 사건이 그동안 중국인 투자와 중국인 관광객들의 행태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일부 도민들에게 기름을 끼얹은 격이 됐다. 중국인 혐오증이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안타까워했다.
이 교수는 “그러나 무비자제도 폐지는 안 된다. 지역 내 내수가 부족한 형편에서 소비 가능한 인구의 직수입이라고 할 수 있는 관광객 유치는 필요하다”며 “무비자와 직항이 관광의 척도인데 감정적으로 무사증 제도를 없애면 상당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감정적 대응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제주도에서 열린 관계기관 비상대책회의에서도 검·경과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 쪽은 무비자제도의 폐지가 아닌 인력과 단속 강화 등의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제주도 관계자도 “정책의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무비자는 세계적인 추세다. 무비자제도 폐지론은 다분히 감정적 대응으로 흐를 수 있다. 실효성 있는 정책대안 마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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