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기술 문제 이유 들어 철거 뒤 신축·복원 가닥
보존 추진 쪽 “보존 비용 감당 가능한데…아쉽다”
보존 추진 쪽 “보존 비용 감당 가능한데…아쉽다”
신자들이 주축이 돼 건물을 통째로 들어 원형 그대로 이전을 추진하던 경기도 하남시 구산성당이 결국 철거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천주교 수원교구 구산본당 김봉기 마태오 주임신부는 ‘구산성당 원형보존 실행위원회’ 페이스북에 “재정 문제와 기술 문제로 원형이동 복원을 포기한다”는 취지의 ‘사과문’을 올렸다. 그는 “현재 성당 재정 상태로는 ‘원형이동 보존’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시멘트 벽돌의 수명이 다한 지 오래고 아무리 조심해서 완벽하게 옮긴다고 해도 붕괴할 위험이 크다는 점을 지난 19일 구산성당 건축위원회가 최종적으로 파악하고 인정했다. 원형이동 보존 대신 구산성당을 똑같은 모양으로 ‘신축·복원’해 후손에게 옛 신앙의 유산을 물려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남시 망월동 미사강변도시(미사보금자리사업지구) 안에 있는 구산성당은 1836년 공소(본당보다 작은 천주교의 단위교회. 주임신부가 상주하지 않는 지역 신자들의 모임)로 시작해 1979년 성당(본당)으로 승격했다. 올해 공소 설립 180년이 된 이 성당은 조선 후기 순교 성인 김성우 생가터에 마을 40여 가구 주민이 한강 변에서 나른 돌로 벽을 만들어 1956년 완성됐다. 그러나 미사지구개발이 진행되면서 구산성지(김성우 성인의 묘가 안치된 곳으로 하남시 향토유적)는 존치되는 반면, 성지 초입에 위치한 성당은 존치 대상에서 제외돼 오는 9월말 철거 위기를 맞았다.
이와 관련해, 원형보존 실행위원회에 참가했던 신자 쪽은 “원형 이축 비용 3억6천만원 가운데 엔씨소프트문화재단이 5천만원을 약정하고 옛 교우 20여명이 1억9천만원을 내놓아 2억4천만원을 모은 상태였다. 부족한 비용은 추후 신도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종교·역사적 가치가 아쉬운 결정”이라며 안타까워했다.
한편 성당 인근에는 김성우 성인의 묘가 안치된 구산성지가 있어 신자들의 순례 발길이 이어지고 있고 몇 해 전 드라마 <아내의 유혹>과 영화 <비밀애> 배경으로 등장해 주목을 받았다. 더불어 구산성당을 찾는 관광객도 더 늘어왔다.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개발에 밀린 경기도 하남시 구산성당 전경. 신자들에 의해 원형을 통째로 들어 옮기는 방식으로 이전이 추진됐으나, 재정과 안전 문제 등으로 결국 철거돼 인근에 신축·복원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사진제공 구산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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