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청, 재배면적 줄여 쌀값 하락 막겠다며 추진
농민단체, 토지 투기 조장과 식량 자급 위협 들어 반발
농민단체, 토지 투기 조장과 식량 자급 위협 들어 반발
정부와 새누리당이 폭락하는 쌀값 대책으로 농업진흥지역(옛 절대농지)의 해제를 추진하자 식량 자급을 위협하고 토지 투기를 부추긴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지난 21일 고위 당·정·청 회의, 22일 당·정 협의회를 잇따라 열고 쌀값 폭락 대책의 하나로 농업진흥지역의 단계적 해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장기적으로 재배면적을 줄여 쌀값 하락을 막겠다는 구상이다.
농업진흥지역은 92년 12월 농지의 효율적인 이용과 보전을 위해 도입한 제도다. 이 토지 안에서는 농업생산이나 농지개량을 빼고는 개발을 할 수 없다. 애초 경지면적 207만㏊ 중 48.7%를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지난해 지정면적은 104만㏊였고, 이 가운데 논과 밭은 81만㏊에 이른다. 정부는 지난해 말 이 가운데 10%가량을 연말까지 해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으나 이번에 추가 해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런 농지 축소 방침이 나오자 농민단체는 ‘천박하고 위험천만한 발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성명을 통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식량자급률이 최하위(20%)인 한국이 농업진흥지역을 줄이겠다는 발상은 세계적 웃음거리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전농은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는 농업진흥지역 해제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며 “자연환경이 훼손되고 식량 안보가 위협받을 뿐 아니라 재해 발생과 곡물값 상승 등 비상시에도 되돌리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종혁 전농 정책부장은 “쌀값 하락의 원인은 정부가 한해 41만t의 외국쌀을 도입하고, 재고미 200만t을 처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자꾸 과잉생산이라며 농지를 축소하는 엉뚱한 대책을 내놨다”고 말했다.
국회에서도 농업진흥지역 해제가 쌀값 하락을 막지 못했다는 반론이 제기됐다.
위성곤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0년 동안 여의도 면적(290㏊)의 500배에 이르는 14만5266㏊의 농업진흥지역이 해제됐지만, 가격 형성에 영향을 미치지도, 농촌이나 농민의 처지를 바꾸지도 못했다”고 강조했다.
농식품부는 지난 15일 기준으로 산지 쌀값(정곡 80㎏)이 13만5544원으로 지난해 15만9648원보다 15.1% 떨어졌다고 밝혔다. 쌀값이 목표가격 18만8000원에 못 미치면 정부는 농민에게 차액을 보전해야 한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