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한라산 어승생수원지 인근 목장에서 문아무개(78)씨가 방목중이던 말 20마리가 한꺼번에 사라져 문씨 가족들이 애타게 찾고 있다.
“이런 황당한 경우도 있습니까?”
제주에서 평생 말을 키우며 살아온 문아무개(78)씨는 넓디넓은 한라산 목장을 바라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한라산 어승생수원지 인근 목장에서 자기 자식처럼 키우던 말 20마리가 한꺼번에 사라졌기 때문이다. 말이 사라진 것은 지난 6월7일께다. 초원에서 풀을 뜯어먹고 있어야 할 3~10살 정도 되는 큰 말 12마리와 1~2살짜리 작은 말 8마리 등 모두 20마리가 사라졌다. 싯가로는 5천만~6천만원 정도 나간다. 문씨는 “하루에 한번은 가서 먹이도 주고 말 마릿수를 파악하는데 몸이 아파 며칠 말을 돌아보지 못하다가 6월12일에 갔더니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관리 시점을 추정해보니 6월7일께 없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40년 넘게 말을 방목하며 키워온 문씨는 곧바로 말들이 길을 잃거나 먹이를 먹고 있음직한 주변 초원과 삼림지대를 샅샅이 뒤지고, 말 발자국을 추적하는 등 백방으로 수소문했지만 허사였다. 문씨는 “그동안 말을 방목하면서 1~2마리를 잃어버리기는 했어도 이렇게 한꺼번에 사라진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1~2마리가 울타리를 넘어 도로로 나가면 순찰중이던 경찰이 연락해 와 다시 울타리에 집어넣는다. 경찰의 협조로 주변 폐회로텔레비전(CCTV)을 검색해도 어승생수원지 인근을 말들을 싣고 차량으로 이동한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20마리를 이동하는 데는 트럭이 6~7대 정도 필요하다.
문씨 가족은 “여기저기 흩어져서 방목중인 말을 한군데로 모이게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어서 전문가 아니면 안 된다”며 전문가의 절도로 보고 있다. 문씨는 “한라산 능선을 넘어 대정이나 안덕, 중문 쪽으로 이동했거나, 사건이 가라앉기까지 어딘가에 숨긴 것 같다”고 말했다.
문씨 가족은 말들을 찍은 사진이 담긴 전단지 1만6천여장을 만들어 대정과 안덕, 중문지역 등에 뿌릴 계획이다. 제보를 하는 사람에게는 300만원의 현상금도 걸었다.
문씨는 “자식처럼 키운 말들을 한꺼번에 이렇게 가져갈 수 있느냐. 무슨 수를 써서라도 꼭 찾겠다”며 자식들과 한라산을 헤매고 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사진 문아무개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