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금정구 금양초등학교 2층 귀국반에서 대졸 미취업자 한아무개(25)씨가 다문화가정 자녀에게 우리말을 가르치고 있다.
“이어(ear). 귀”
26일 부산 금정구 금양초등학교 2층의 한 교실에서 선생님이 노란색 작은 카드에 적힌 한글을 보여주며 영어와 우리말을 섞어가며 설명하자 다문화 가정 어린이가 따라 했다. 옆에선 또 다른 선생님이 3명에게 우리말을 가르치고 있었다.
두 명의 교사 가운데 1명은 현직 교사이고 1명은 대졸 취업 준비생이다. 두 사람은 지난달 29일부터 호흡을 맞추며 주 4일 하루 3시간씩 다문화가정 초등학생 10여명에게 우리말을 가르치고 있다.
부산에선 우리말을 알아듣지 못해 정상 수업을 받기가 힘든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위해 금양초 등 5개 학교에서 우리말을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6학급을 운영하고 있는데 1학급(귀국반)의 금양초는 대졸 취업 준비생 1명을 보조교사로 활용하고 있다. 다문화가정 아이들은 1~2시간씩 우리말 수업을 받고 나면 소속 반으로 돌아가서 체육 등의 수업을 받는다.
호흡을 맞춘 지 한 달여 되어 가는 두 사람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강도윤 교사는 “우리말 구사능력의 차이가 크게 나는 10여명을 혼자 지도하기 힘든데 보조교사가 생기면서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보조교사 한아무개(25)씨도 “도움이 되지 못할까 봐 걱정했는데 아이들의 우리말 실력이 늘어나는 것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고 만족해했다.
한씨와 같은 미취업 대졸자 200명이 지난달 29일부터 부산의 초등학교 170곳에 출근하고 있다. 이들의 고용주는 부산행복한학교 재단이지만 기획은 부산시와 부산시교육청이 했다. 지난달 서류와 면접 심사를 통해 200명을 선발하고 5일 동안 40시간의 직무연수를 받게 한 뒤 보조교사를 요청한 학교에 보냈다. 국비 10억원을 지원받아 넉 달 동안 주 4일 하루 3시간씩 근무하면 70만원을 지급한다.
미취업 대졸자들은 반기고 있다. 높은 취업 경쟁을 뚫기 위해 졸업 뒤에도 공부를 계속하려면 아르바이트를 병행해야 하는데 교육 멘토가 되면 한 달 급여가 아르바이트했을 때 받는 법정 최저임금 1시간당 6030원에 견줘 갑절가량 많기 때문이다.
금융·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는 한씨는 “집이 가까워 교통비와 식비가 들지 않는 데다 혼자 있으면 느슨해지기 쉬운데 출근을 하면서 생활리듬이 규칙적으로 변했다. 취업 때 내야 하는 자기소개서 작성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개선할 부분도 있다. 무엇보다 채용 기간이 너무 짧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졸자들의 취업준비 기간이 갈수록 길어지고 있는 것을 고려해서 최소 6개월 단위로 뽑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다.
학교 쪽은 방학이 되면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고 학교가 선호하는 교육 멘토 확보가 쉽지 않다는 것을 고려해서 교육 멘토를 교실 수업에만 국한하지 말고 행정업무 등도 보조할 수 있도록 학교장에게 재량권을 달라고 말한다.
손상희 금양초등학교 교감은 “교육 멘토를 학교에 보낼 때 전공을 고려해서 보내고 학교장이 폭넓게 활용할 수 있도록 재량권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규옥 부산시 경제부시장은 “자치단체와 교육청이 손을 잡고 미취업 대졸자를 학교에 보내는 것은 전국 처음이다. 부족한 부분은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