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등이 26일 미호천 발원지에서 미호천 일대 생태 탐사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다음달 1일까지 미호천 일대 탐사를 벌일 참이다.풀꿈환경재단 제공.
천연기념물(454호)이면서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인 미호종개 서식지가 빠르게 훼손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대강(금강) 사업의 하나로 추진한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풀꿈환경재단 등의 말을 종합하면, 충북 진천군 백곡천 일대 미호종개 서식지가 훼손되면서 미호종개 개체수가 급감하고 있다. 특히 2010년 이후 농어촌공사 등이 백곡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을 하면서 13억여원을 들여 조성한 미호종개 대체 서식지에는 미호종개가 거의 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부터 미호종개 서식 환경 등을 살펴온 ‘금강 지킴이-백곡천 지킴이’ 임한빈씨는 26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백곡천 상류 쪽에 조성한 미호종개 서식지를 최근 살폈더니 미호종개의 씨가 말랐다. 백곡천 다리인 상송교 부근 몇몇 지역에서만 보이는 등 미호종개 서식지 절반가량이 훼손된 듯하다”고 말했다. 임씨는 “둑 높이기 사업 이후 수질이 악화하고 쓰레기 등이 많이 유입되면서 미호종개 서식공간인 금모래 지역이 뻘 지대로 바뀌는 등 훼손이 심하다. 빨리 손을 쓰지 않으면 미호종개를 완전히 잃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변화근 서원대 교수(생물교육과)는 “백곡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 뒤 미호종개가 살던 상류 쪽은 가을~봄철 물을 가두면 수심이 1m 이상 깊어진다. 수심 60㎝ 미만의 흐르는 하천에 주로 서식하는 미호종개한테는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변 교수는 “대체서식지는 미호종개를 위한 것이 아니라 사업을 위한 인위적이고 형식적인 것이 됐다. 미호종개 서식을 위해 중앙·지방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풀꿈환경재단 등은 이날 미호종개의 고향인 미호천 생태 탐사에 나섰다. 이들은 다음달 1일까지 음성 마이산 미호천 발원지, 진천분지, 미호평야, 미호천, 세종시 합강공원 철새도래지 등 미호천 일대의 생태·환경 실태를 꼼꼼하게 살필 참이다.
이와 함께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등은 ‘미호종개의 고향을 찾아주세요’라는 캠페인도 시작했다. 미호종개 서식지 복원을 위한 범시민 운동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염우 풀꿈환경재단 이사는 “미호종개 서식지 훼손은 사업이 자연을 망친 대표적 사례다. 지금 나서지 않으면 우리의 자랑인 미호종개를 영원히 잃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등이 26일 미호천 발원지에서 미호천 일대 생태 탐사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다음달 1일까지 미호천 일대 탐사를 벌일 참이다.풀꿈환경재단 제공.
미호종개는 물 흐름이 느리고 바닥이 모래·자갈 등으로 된 얕은 하천에서 자라는 미꾸릿과 민물고기로, 1984년 청주시 미호천에서 발견돼 국내 민물고기 가운데 유일하게 지역 하천명으로 물고기 이름을 붙였다. 전세계적으로 한반도에서만 서식이 확인됐다. 문화재청은 2005년 천연기념물로 지정했으며, 이어 환경부는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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