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룡 황새생태연구원장이 5일 오전 황새 야생 방사 중단 선언을 하고 있다.오윤주 기자
한국 황새를 복원해 자연 서식을 주도해온 한국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이 황새 야생 방사 중단을 선언했다.
황새생태연구원은 5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8월에 이어 지난 1일에도 황새가 감전사했다. 오늘부터 황새 방사는 모두 중지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충남 예산군 황새마을(황새공원)을 중심으로 추진돼 온 황새 자연 서식 사업도 차질을 빚게 됐다.
황새생태연구원은 지난해 9월2일 8마리, 지난 5월31일 2마리, 지난 7월18일 5마리 등 지금까지 황새 15마리를 충남 예산에 방사했다. 지난 5월 방사한 황새 부부는 새끼 2마리를 부화해 기르기도 했다. 하지만 감전사 등 잇단 사고로 3마리를 잃어 지금은 14마리만 남아 있다. 4마리는 예산, 나머지는 전남 등 서해안 일대에서 서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일 황새 민황이가 감전사 할 당시 모습. 전신주에서 민황이를 바라보는 자황이가 애처롭다.황새생태연구원 제공
박시룡 황새생태연구원장(한국교원대 생물교육과 교수)은 “날개가 긴 황새가 전신주에 내려 앉을 때 다리·날개가 전선에 닿으면서 감전사한 것으로 보인다. 1일 숨진 민황이는 새끼를 낳아 기르던 암컷으로, 남편인 수컷 만황이는 당시 감전사 모습을 그대로 봤다. 이런 비극을 더 이상 볼 수없어 방사 중단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일 전신주에 내리려다 감전사한 민황이.예산군청 제공
지난 8월7일 예산군 광시면 가덕리에서 감전사한 황새는 방사 20일 만에 숨졌으며, 지난 1일 광시면 대리에서 감전사한 황새(민황이)는 생후 4개월된 새끼를 기르던 어미였다. 둘이 숨진 곳은 서로 3㎞남짓 떨어진 곳으로 황새 자연 복귀 거점 마을 7곳 가운데 한 곳이다. 특히 민황이는 지난 5월 한반도 야생에서 45년만에 새끼를 부화해 화제를 낳기도 했다.
황새 민황이가 지난 5월 부화한 새끼를 돌보고 있다. 민황이는 생후 4개월된 새끼를 남기고 감전사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예산군 제공
지금 황새생태연구원에 100마리, 황새마을 등 예산에 68마리 등의 황새가 자라고 있다. 연구원과 예산군 등은 내년에 8마리를 방사하기로 하는 등 꾸준히 자연으로 황새를 보내 자연 서식을 유도할 참이었다. 연구원은 1900년대 초 황새 서식 초기 상태(150~300마리) 복원을 위해 1권역(예산 중심), 2권역(충북 청주 중심), 3권역(인천·북한 황남 중심) 등으로 단계적 방사 계획을 세워 두고 있다. 연구원과 충북도, 청주시 등은 제2황새마을 조성을 위한 연구·검토에 나선 상태다.
박시룡 황새생태연구원장이 5일 오전 황새 야생 방사 중단 선언을 하고 있다. 오윤주 기자
박 원장은 “일본 효고현 도요오카시는 황새 방사 전 모든 전신주를 지중화했고, 미국·독일 등은 조류 감전 저감 시설을 설치해 두고 있다. 전신주 지중화가 최선이지만 적어도 전신주에 절연피복을 씌우고, 인공횃대를 설치하는 등 기초적인 조처가 있지 않으면 절대 방사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황새를 잃은 예산군과 문화재청, 한전 등은 5일 부랴부랴 대책 회의를 열었다. 이재순 문화재청 천연기념물과 사무관은 “11월 말까지 황새마을 반경 2㎞안 전신주의 전선 절연피복 작업을 하고, 이달 부터 전신주 위에 플라스틱 인공 절연체(인공횃대)를 설치해 나갈 방침이다. 장기적으로 전신주 지중화도 검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경우 예산군 천연기념물 팀장은 “황새를 잃어 안타깝다. 한전 등과 협의해 황새 안전 조처를 마련해 나가겠다. 다만 예산이 문제다. 황새가 천연기념물인 만큼 정부에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글·사진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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