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강수연 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과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이 사회를 보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다큐멘터리영화 <다이빙벨> 상영 중단 외압 논란을 계기로 21년 만에 주최 쪽이 민간으로 완전히 넘어간 부산국제영화제가 종전과 달라진 모습으로 진행된다. 민간이 독립적으로 영화제를 여는 의미가 있지만 협찬금이 줄어 상영극장이 축소되는 등 어려움도 뒤따르고 있다.
올해 영화제는 6일 저녁 7시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개막식을 시작으로 15일까지 열리는데 세계 69개국 299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지난해 75개국 302편과 비슷한 것이다.
하지만 올해는 부산 중구 남포동에선 영화를 볼 수가 없고 부산 해운대구에서만 볼 수 있다. 남포동 극장가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시작된 1996년부터 초청작품들을 상영하며 부산국제영화제가 아시아 대표 영화제로 성장하는 산실 구실을 했는데 21년 만에 처음으로 초청작품이 상영되지 않는 것이다.
남포동 극장가에서 초청작품 상영이 중단된 것은 부산국제영화제를 후원하는 기업 협찬금이 지난해에 견줘 13억원이나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부산국제영화제 관계자는 “해운대구의 극장 5곳은 대관료를 요구하지 않는 반면에 상대적으로 시설이 좋지 않은 남포동 극장들은 하루 3000만원의 대관료를 달라고 해 영화제 기간 1억5000만~2억원의 대관료를 지급해야 한다. 아쉽지만 수입이 줄어들었으므로 남포동 극장가에서의 상영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협찬금이 대폭 감소한 원인을 <다이빙벨>과 관련해 부산시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회가 2여년 동안 벌인 갈등의 여파로 진단한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지난 5월 부산시가 종전처럼 영화제 예산 120억원 가운데 60억원을 지원하고 영화제 운영에 완전 손을 떼는 민간체제로 전환하자 일부 기업들이 협찬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개막식도 일부 바뀐다. 지난해까지 당연직 조직위원장이었던 부산시장이 개막 선언을 하면 축포가 터졌지만 올해부터는 개막 선언과 축포가 사라진다. 지난 7월 부산국제영화제 정관 개정을 통해 조직위원장이 없어지고 이사회 체제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부산시장은 가운데 앞 좌석에 앉아서 관람만 한다.
정관 개정으로 부산국제영화제 이사회의 초대 수장이 된 김동호 이사장은 한국영화 공로상과 올해 아시아영화인상 시상만 한다. 실무를 총괄하는 강수연 집행위원장은 관례대로 뉴 커런츠상 심사위원과 개막작 소개를 한다.
지난해 2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영화배우와 영화감독들이 레드카펫을 밟으며 입장하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개막식 초대 좌석도 축소됐다. 지난해까지 개막식이 열리는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의 좌석 5000여석 가운데 2000여석이 영화배우·영화감독·제작자·부산시 등 관련단체의 몫으로 배정됐는데 올해는 1000여석만 배정됐다. 예년에 견줘 절반가량 축소된 것이다.
초대를 받지 못한 인사들은 입장권을 더 달라고 아우성이지만 일반 관객들은 환영했다. 일반 관객의 자리가 1000석 더 늘어났기 때문이다. 초대 좌석을 줄인 것은 이른바 김영란법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는 해운대해수욕장 백사장에서 영화배우와 영화감독을 만날 수가 없다. 지난 5일 남부지방을 강타한 태풍 ‘차바’가 백사장 만남의 광장 앞에 설치한 무대 ‘비프빌리지’를 날려버렸기 때문이다.
주최 쪽은 파손된 무대 복구가 힘들다고 판단하고 비프빌리지에서 열려던 영화배우와 영화감독 등이 게스트로 나와 관객들 앞에서 대화를 나누는 오픈토크 등 22건의 행사를 영화의전당 두레라움 광장에서 열기로 결정했다.
한편 부산시는 개막식에 서병수 시장이 부산국제영화제 발전을 기원하는 축전만 보내고 참가를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부산시 관계자는 “개막식 때 부산시의 사과를 촉구하는 1인 시위가 있고 영화제 기간 부산시를 비판하는 토론회와 전시회도 열린다. 이런 분위기에서 부산시장이 개막식에 참석하면 부산시와 집행위원회의 갈등이 재연된 것으로 비칠 수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회 관계자는 “부산시장이 개막식에 참가하지 않으면 되레 양쪽의 앙금이 남은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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