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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도심 폐교에 예술과 문화를 입히다

등록 2016-10-10 16:44수정 2016-10-10 21:15

부산 도심의 폐교가 놀이·문화공간으로 되살아나
건물 헐지 않고 전문가와 학생들의 예술작품 설치해 눈길
연말까지 프로그램 신청자 넘칠 만큼 인기
부산 부산진구 부산도시철도 1호선 근처 옛 중앙중학교가 청소년 복합문화센터 ‘놀이마루’로 탈바꿈했다.
부산 부산진구 부산도시철도 1호선 근처 옛 중앙중학교가 청소년 복합문화센터 ‘놀이마루’로 탈바꿈했다.
폐교에서 청소년 복합문화센터로 탈바꿈한 ‘놀이마루’. 건물 곳곳에 첼로, 바이올린 등 예술작품들이 설치됐다.
폐교에서 청소년 복합문화센터로 탈바꿈한 ‘놀이마루’. 건물 곳곳에 첼로, 바이올린 등 예술작품들이 설치됐다.
지난 7일 오후 부산도시철도 1호선 서면역 6번 출구로 나와 5분 정도 걸어가니 빨간색 바탕에 ‘놀이마루’라고 적힌 교문이 나왔다. 학교 안으로 들어가니 백산초등학교 6학년생 129명과 광안중학교 1학년생 141명이 14개 교실에 마련된 체험 프로그램을 하나씩 골라 오전부터 참여하고 있었다.

연극 무대로 꾸며진 1층의 한 교실에선 그림 형제의 동화 <헨젤과 그레텔> 뮤지컬 대본을 받은 20여명이 모둠별로 대사를 외우며 몸짓 연습을 했다. 20분 뒤 지도교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모둠들이 차례로 무대에 올라 연기했다. 김시영(백산초 6년)양은 “뮤지컬을 보기만 하다가 직접 해보니 실감 난다. 학교와 학원에선 이런 수업이 힘들다. 친구들과 또 오고 싶다”고 말했다.

2층의 한 교실에선 뮤지컬 노래 연습이 한창이었다. 지도교사가 뮤지컬 장면에 나오는 노래를 들려주고 가수 이문세의 <붉은 노을>을 들려줬다. 남학생이 마이크를 잡고 부르자 아이들이 함께 부르며 흥겹게 박수를 쳤다.

부산 백산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놀이마루 무대에서 대본을 외우며 연습하고 있다.
부산 백산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놀이마루 무대에서 대본을 외우며 연습하고 있다.
놀이마루는 애초 지은 지 50년을 훌쩍 넘긴 폐교였다. 2012년 2월 졸업식을 마지막으로 옛 중앙중학교가 다른 곳으로 옮겨간 뒤 수학과학창의체험관으로 운영되다가 지난해 9월부터 빈 채로 방치됐다.

주민들은 도심 가운데 위치한 폐교에서 여러 가지 불미스런 일들이 생겨나거나 오물과 쓰레기들이 난무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금싸라기 땅에 아파트를 지으려는 토목·건축업자들의 먹잇감이 될 것이라는 소문도 나돌았다.

부산시교육청은 놀이와 체험 위주의 청소년복합문화센터로 활용하기로 했다. 폐교가 문화적 자산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건물 뼈대는 그대로 두기로 했다. 학교 외벽에 노란색과 주황색을 칠하고 알루미늄에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와 첼로를 그려 붙였다. 옥상엔 갈매기 조각물을 놓았고 반딧불이도 건물에 붙였다.

놀이마루의 한 교실에서 백산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이문세의 <붉은노을>을 따라부르며 흥겨워하고 있다.
놀이마루의 한 교실에서 백산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이문세의 <붉은노을>을 따라부르며 흥겨워하고 있다.

놀이마루에서 학생들이 쿠키를 만들고 있다.
놀이마루에서 학생들이 쿠키를 만들고 있다.
학교 안은 학생들의 땀방울이 느껴졌다. 1층 중앙 출입문 양쪽 벽면엔 100여명의 학생이 병뚜껑을 이용해 만든 그림과 벽화가 눈에 들어왔다. 공모전에서 입상한 초·중학생들의 만화(웹툰)도 교실 갤러리에 내걸렸다. 초·중학생들이 직접 그린 그림들이 복도 벽면을 장식했다.

이 곳에선 화~금요일에 초·중학생들을 위한 14개 프로그램이 열리는데 지난달 초 개관한 뒤 12월까지 지역 초·중학교 70여곳에서 1만여명의 학생이 참가신청을 마감할 만큼 인기를 끈다.

폐교에서 청소년 복합문화센터로 변신한 놀이마루의 중앙 출입구 벽면에 학생들이 만든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다.
폐교에서 청소년 복합문화센터로 변신한 놀이마루의 중앙 출입구 벽면에 학생들이 만든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다.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오전 9시30분~낮 12시 뮤지컬·공연예술활동 7개 가운데 1개를 선택해 참여한다. 이어 낮 12시부터 집에서 싸온 도시락을 친구들과 나눠 먹고 오후 1시30분~오후 3시20분 스피치·쿠키스타일링·타악·영화리터러시·영화제작 등 7개 프로그램 가운데 1개를 선택해 수강한다. 토·일요일엔 3~4개월 과정의 프로그램들이 운영된다. 토요일 오후 2~5시 뮤지컬 심화과정이 중·고생 20명을 대상으로 열리고 인문학 콘서트도 토요일에 네 차례 열린다.

1층 카페는 주민 쉼터로 이용된다. 500원짜리 커피를 마시면서 컴퓨터도 하고 책을 읽을 수 있으며 담소를 나눌 수 있다. 주민 한창훈(57)씨는 “동네에 이런 쉼터가 있다는 것이 너무 좋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이 없는 시간엔 학생·교사·학부모동아리에 무료로 개방된다. 화~금요일은 저녁 9시까지, 토·일요일은 오후 6시까지 개방된다. 안전을 위해 24시간 폐회로텔레비전 20여대가 가동되고 있다.

김상식 놀이마루 관장은 “학생들이 온종일 안전하게 뛰어놀고 즐기며 주민과 교사들도 소통공간으로 활용하는 도심 속의 문화체험 쉼터가 되도록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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