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올해 들어 10번째로 작업 중이던 노동자가 산업재해 사고로 숨졌다. 이는 2006년 11명의 노동자가 산재 사고로 숨진 뒤 10년 만에 가장 많은 노동자가 작업도중 사고로 목숨을 잃은 것이다.
12일 오전 8시20분께 현대중공업 조선 가공소조립부 작업장에서 이 회사 노동자(정규직) 장아무개(34)씨가 크레인을 조종해 5t 무게의 철자재(앵글)를 옮기던 중 철자재와 운반수레(대차) 사이에 끼여 숨졌다.
회사와 노조는 이날 장씨가 크레인을 조종해 운반수레에 실려 온 철자재를 내리던 중 장씨의 크레인이 옆에서 다른 작업을 하던 크레인과 충돌하면서 밀리는 바람에 크레인에 매달려 있던 철자재와 운반수레 사이에 끼여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과 현대중공업 노사는 자세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노조는 이날 긴급 중앙쟁대위 회의를 열어 13일과 14일 이틀 동안 하루 7시간씩 파업을 벌이고, 14일엔 부산지방고용노동청을 항의 방문하기로 했다. 노조는 성명을 통해 “안전대책 없는 권오갑 사장의 구조조정이 또다시 아내와 2살·4살의 자녀를 거느린 젊은 가장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며 △권 사장 구속수사 △기업살인법 제정 △구조조정 중단 등을 촉구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도 성명을 내어 “지금까지 발생한 산업재해에 대해 재벌 사주와 경영 책임자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살인기업 현대중공업을 더는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고용노동부와 정부기관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이런 사고가 조선기술 세계 1위의 선박 대국, 세계 10위권의 지역 총생산(GDP) 규모를 지닌 경제 강국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기업과 나라는 부강하고 발전했을지 모르지만, 노동자들의 노동 환경은 후진국을 넘어서지 못하고, 오이시디(OECD) 산업재해 사망률 1위를 자랑한다”고 지적했다. 신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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