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울산 남구 상개동 ‘울산 국화원’에 관광버스 참사로 숨진 피해자들의 합동분향소가 차려졌다.
“형님, 왜 이렇게 빨리 가셨습니까?”
ㅈ씨는 16일 경부고속도로 관광버스 화재사고 사망자들의 빈소가 차려진 울산 남구 상개동 장례식장 ‘울산 국화원’에서 영정을 보며 목놓아 울었다.
ㅈ씨는 지난 13일 밤 10시23분께 경부고속도로 언양분기점 근처에서 일어난 관광버스 화재사고 때 첫째 형(72)과 형수, 둘째 형수 등 3명을 졸지에 잃었다. 둘째 형(61)은 불길이 치솟는 관광버스에서 겨우 빠져나와 목숨을 건졌다.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 대신 큰형님이 개미처럼 일해 번 돈으로 우리 여섯 형제가 학교에 다녔습니다.” ㅈ씨는 “큰조카들 결혼도 모두 시킨 큰형님이 이제야 자신의 삶을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사고를 당해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는 “병원에서 둘째 형님을 뵈니 이번 사고로 숨진 둘째 형수 이야기만 한다. 외상 치료와 심리 치료를 함께 해야 할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울산 울주경찰서는 이날 관광버스 화재사 사망자 10명의 주검이 안치된 울산 국화원 2층 합동분향소에 모인 유족들에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사망 원인은 질식 등으로 밝혀졌다”고 알렸다. 사고 직후 유족은 숨진 가족의 주검을 확인하려 했지만 경찰은 막았다. 버스 전체를 뒤덮은 불 때문에 주검들이 모두 심하게 훼손됐기 때문이었다.
경찰이 울산 국화원 장례식장 합동분향소에서 희생자들의 유류품을 나눠주자 유족이 오열하고 있다.
1층에 안치된 주검을 확인하고 나온 한 유족은 “숯검정이 됐다. 사람의 모양이 아니다. 어떡하느냐”고 울부짖다가 바닥에 쓰러졌다. 또 다른 유족은 “이렇게 허망하게 불쌍하게 갈 줄은 몰랐다. 운전기사가 사고 당시 비상탈출용 망치 위치를 가르쳐주고, 탈출로를 안내하는 등 안전조처를 제대로 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 아니냐”고 고함쳤다.
유족과 사고 부상자들은 피해자모임을 만들어 관광버스 회사와 협상하고 있다. 유족 대표 진민철씨는 “장례 일정은 유족들의 의견을 모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5일 울산지법은 “증거 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관광버스 기사 이아무개(48)씨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이씨를 상대로 사고 당시 언양분기점으로 들어가기 위해 무리하게 끼어들기와 과속을 하지 않았는지, 언양분기점 앞에서 1차로에서 다시 2차로로 갑자기 진로를 변경하는 과정, 타이어 펑크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울주경찰서 관계자는 “이씨가 출발 전과 사고 직후 승객들에게 버스 안의 비상망치 위치를 알려주지 않았으며 사고 뒤 탈출하라고 외쳤다고만 한다”고 전했다.
울산/글·사진 김영동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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