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거리에 내렸다.
‘감고을’ 충북 영동의 거리는 어른 주먹만한 주황색 감이 차지했다. 올핸 감도 풍작이다. 영동 어디를 가도 손만 뻗으면 닿을 곳에 주렁주렁 달린 감이 먼저 맞는다.
영동군은 1970년대부터 거리에 감나무를 심었다. 올해 2억8000여만원을 들여 영동읍 주곡리~심천면 고당리 등에 970여그루를 심는 등 지금까지 감나무 1만6300여 그루를 심었다. 감나무 가로수 거리만 145㎞로, 줄잡아 서울에서 대전까지 거리다.
2004년 만든 가로수 조성·관리 조례에 따라 가로수 주변 주민·상인 등이 감나무를 관리한다. 웬만하면 따지 않기 때문에 영동에선 다음달까지 감나무 가로수 장관을 볼 수 있다. 감나무 가로수길은 전국 아름다운 거리숲 대회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김정근 영동군 산림보호팀장은 “지역의 명물 감을 알리려고 가로수를 조성했는데 길 자체가 유명세를 타면서 지역의 상징이 됐다”고 밝혔다.
괴산 문광면 양곡1리 은행나무 거리.괴산군청 제공
충북 괴산 문광면 양곡1리는 지금 ‘노란 나라’가 되고 있다. 양곡저수지 주변 400m에 심은 300여그루의 은행나무 잎이 연두색에서 노란색으로 변신중이다. 특히 저수지 물에 은행나무가 그대로 비치면서 입체 그림이 펼쳐진다. 땅 위가 진짜인지 물속 은행나무가 진짜인지 모를 정도다. 양곡리는 1979년부터 은행나무를 심어 지금은 은행나무 마을로 불리고 있다. 은행나무 가로수를 중심으로 3㎞ 남짓한 생태 체험길도 조성했다. 오는 23일엔 마을 축제도 열린다. 축제에선 사과·배·호두 등 마을 특산물도 만날 수 있다.
반광현(62) 양곡1리 이장은 “주말께 노란 은행잎이 절정에 이를 것 같다. 진짜 가을을 보려면 우리 마을로 오라”고 말했다.
충북 충주 거리에서는 사과가 익어가고 있다. 충주시는 1997년 건국대 네거리~문화동 1.6㎞에 사과나무 가로수길을 조성한 데 이어 지금까지 사과 가로수길 5.8㎞를 만들었다. 충주역 주변 등 거리의 사과가 가을을 맞고 있다.
이승규 충주시 농업기술센터 사과가로수 담당은 “사과나무 거리의 사과로 충주의 가을이 시작된다. 이달 말부터 사과 거리가 장관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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