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노고단 부근에서 내려다 본 구례 쪽 가을 풍경 구례군청 제공
전남 구례 토박이 공무원이 28년 동안 찍은 지리산 노고단 사진을 선보인다.
구례군 김인호(54) 홍보담당은 오는 28일부터 11월13일까지 구례군 마산면 황전리 화엄사의 보제루에서 ‘노고단의 사계’전을 연다. 노고단(1507m)은 천왕봉·반야봉과 함께 지리산 국립공원의 3대 주봉이다. 정상 일대 평원에서 보는 운해가 절경이고, 고려시대부터 노고 할미를 모신 제단이 남아 있다.
이 전시에는 가로 150㎝, 세로 120㎝짜리 패널에 담긴 운해, 능선, 들판 등 노고단에서 만날 수 있는 비경들이 등장한다. 고원에 자생하는 원추리·비비추·철쭉꽃 등도 수줍게 고개를 내민다.
그는 “노고단은 중봉과 함께 지리산 최고의 사진 명소”라며 “노고단을 500여 차례 오르며 찍은 사진 수만장 중에 45점을 엄선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노고단은 늦가을 오전이 가장 아름답다. 일교차가 심해 9시까지 운해에 덮이고, 10시부터 운해가 걷히면 남해가 한눈에 들어온다. 사진도, 탐방도 이때가 적기”라고 전했다.
그는 구례에서 태어나 자랐다. 구례중 3학년 때인 1976년 겨울 노고단에 처음으로 올랐다. 포근한 구례 들판과 굽이치는 섬진강 줄기가 발 아래 펼쳐졌다. 그때 만났던 만복대와 바래봉, 천왕봉은 평생 잊지 못할 인상을 남겼다. 1988년 구례군청에 홍보기록원으로 발을 들여놓으며 지리산과 섬진강을 더 자주 만날 수 있었다. 이번 전시를 시작으로 내년에는 단풍, 내후년엔 섬진강을 소재로 전시회를 이어간다.
그는 “구례는 좁지만 멋진 풍경과 아픈 역사를 두루 품고 있다. 큰 산과 맑은 강을 품은 고향이 있어 행복하다. 죽을 때까지 아름다운 고향을 구석구석 기록하겠다”고 다짐했다.
안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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