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성과급제 등 이견 못 좁혀
노조, 녹취 의혹 ‘조합장 고발’도
대치 한달째…벼 제대로 도정 못해
지점·마트 10곳중 4곳 운영 차질
노조, 녹취 의혹 ‘조합장 고발’도
대치 한달째…벼 제대로 도정 못해
지점·마트 10곳중 4곳 운영 차질
전남 광양농협이 연중 가장 바쁜 추곡수매철에 노조파업과 직장폐쇄로 몸살을 앓고 있다.
광양농협은 26일 노조의 파업이 한 달 넘게 이어지면서 수매한 산물 벼 2500여t을 제대로 도정하지 못해 시장에 내놓지 못하고 있다. 또 지점·마트 10곳 가운데 4곳의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
광양농협의 노사는 지난 5월부터 20여 차례 단체협상을 했지만 비정규직 차별과 성과급제 도입 등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에 따라 노조는 지난달 26일부터 직원 150여명 중 노조원 96명이 참여하는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 5일 사 쪽이 노조와 맞닿은 마트 사무실 책상 달력 안에 몰래 설치한 녹음기가 발견되면서 파문이 커졌다. 노조는 조합장 등 3명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광주지검 순천지청에, 노조활동을 방해한 부당노동행위로 광주지방노동청에 각각 고발했다. 이어 지난 7일엔 파업이 추곡수매에 지장을 준다는 비판을 의식해 미곡처리장 운영직원 3명을 복귀하게 했다.
하지만 사 쪽은 같은 날 노조원의 마트 점거와 비방 대자보 게시를 문제 삼아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강 대 강’으로 치닫던 노사는 지난 10일 추수철 대치에 부담을 느껴 부분파업과 폐쇄해제에 한발씩 물러선 뒤 다시 단체교섭에 나섰다. 이를 통해 상당수 쟁점에 합의했지만 25일 막판 타결이 깨지면서 2차 전면파업과 직장폐쇄가 뒤따랐다.
노조는 “공격적인 직장폐쇄와 노조원 탈퇴 종용 등으로 노조를 와해하려 한다. 노조 상황을 하루 두 차례 중앙회에 보고하고, 신규 채용 땐 노조 가입을 막기 위해 계약직만 뽑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 쪽은 “노조를 인정하고 추곡수매와 미곡출하에 지장이 없도록 조속히 타결하려 한다. 조합장의 권한인 징계권까지 없애려는 요구는 지나치다”고 밝혔다.
노사는 녹음한 목적을 두고도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노조는 “마을 영농회장 150여 명으로 대책위를 꾸려 파업을 막으려 한 내용이 담겼다. 노조원의 아버지한테 ‘(아들이) 노조를 탈퇴하거나 그만두든지 해야 한다’고 종용했다는 발언도 나온다”고 개탄했다. 반면 사 쪽은 “도청하려면 첨단기기를 노조의 사무실이나 회의실에 설치하지 않았겠냐. 그날 교섭장 바깥인 복도에서 연좌 농성하는 조합원의 구호를 녹음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광양농협에는 지난해 2월 노조가 출범했다. 중앙회의 회원농협 1200여곳 가운데 노조가 설립된 곳은 300여곳에 이른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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