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 “자격없는 단체에 14억원 보조 특혜 의혹”…감사위 감사 요청키로

김태석 의원, “동아시아문화교류 사업자(화동문화재단 제주지부) 선정 내정 의혹”
제주도, 해명자료 내고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선정했다”
도의회 문광위, 제주도 감사위원회에 감사 요청키로

제주도가 올해 문화사업으로 추진한 동아시아 문화교류사업을 진행할 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특정단체를 내정해 보조금을 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제주도의회는 이 문제를 제주도 감사위원회에 감사 청구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제주도는 정상적인 절차를 따라 보조금을 집행했다고 해명했다.

26일 제주도의회 김태석 의원(민주)과 제주도의 말을 종합하면, 제주도는 지난 2월26일부터 3월11일까지 동아시아문화도시 문화교류사업자를 공모했다. 신청자격은 공익활동을 주목적으로 하며, 제주도 내 사무소가 등록된 문화·예술 관련 비영리법인 및 단체로, 국내외 관련 분야 1년 이상 활동실적이 있어야 한다는 조건도 내걸었다.

문제는 사업자로 선정된 화동문화재단 제주사무소(제주지부)가 공모 기간에 사업자 등록을 했고, 사업자 선정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보조금 지원서를 제주도에 제출해 14억원의 보조금을 받았다는 데 있다. 제주지부는 공모 기간 열흘 전인 올해 2월17일 법원에 등기됐고, 공모 기간인 3월3일에야 제주세무서에 사업자 등록을 했다.

김 의원은 “화동문화재단 제주지부는 1년 이상 활동한 실적이 전혀 없는 단체다. 더욱이 보조금 지원신청은 사업자 확정 뒤에야 가능한데도 해당 사업자는 공모 마감일인 3월11일 사업자 선정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14억원의 보조금을 신청했고, 3월15일 확정됐다”며 사전 내정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또 “이 단체는 신청서에 등록기관을 문화체육관광부로 적었지만, 첨부서류에는 제주세무서로 돼 있다. 직원현황도 신청서에는 50명으로 적었는데 지부 현황에는 23명이고, 잡코리아 게시 회사 현황에는 2명으로 나와 있다”며 “허위 문건 의혹이 있는데도 보조금 심사위원들이 서류의 신빙성을 검토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제주도는 이날 공식 해명 자료를 내고 1년 이상 활동 실적이 없다는 부분에 대해 “이 재단은 2007년 설립됐고, 제주사무소는 올해 2월17일 등기됐다”며 2013년부터 제주도에서 국제문화교류 행사를 진행해왔다고 밝혔다. 도는 사전 내정설에 대해서도 “보조금 지원신청서는 공모신청을 위한 구비서류의 일부”라고 해명했다.

이에 김 의원은 “사업자 선정 공모를 할 때 제주도 활동경력이 1년이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본부 경력까지 인정한다면 구태여 제주지부를 만들 필요가 있느냐. 결국 제주도가 자격도 없는 단체에 14억원이라는 예산을 민간보조한 것이다”며 사전 내정설 의혹을 거듭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도의회 문화관광스포츠위원회는 이 사업과 관련해 제주도 감사위원회에 감사를 요청키로 했다.

한편 동아시아문화도시는 한국·중국·일본 등 3개국 정부가 도시 한 곳씩을 매년 문화도시로 지정하는 일종의 국제협력 사업이다. 허호준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