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사에서 막일 시키고 연금도 가로채…장성경찰 불구속 입건
10년 동안 임금 한 푼 주지 않고 장애인을 노예처럼 부려먹고 병들자 치료조차 제대로 해주지 않은 전직 전남도의원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전남 장성경찰서는 27일 지적장애인에게 막일을 시키고 임금을 지급하기는커녕 기초연금까지 가로챈 혐의(준사기)로 전직 전남도의원 오아무개(68)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오씨는 지난 2006년부터 지난 5월까지 곡성과 장성에 있는 자신의 농장·축사에서 지적장애인 ㅇ(66)씨에게 작물을 키우거나 축사를 관리하는 등 노동을 시키고도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를 사고 있다. 지급하지 않은 10년치 임금은 최저임금으로 환산해도 1억여원에 이른다.
오씨는 또 ㅇ씨가 지난해 65살 이상 노인에게 지급되는 기초연금 수령 대상자가 되자 기초연금과 생계·주거급여 210만원을 무단으로 인출하고, ㅇ씨 소유의 다랑논을 판매한 대금 350만원을 가로챈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91~95년 전남도의원을 역임했던 오씨는 지인을 통해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전북 순창 출신 ㅇ씨를 소개받아 “숙식을 제공해 주겠다”며 데려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ㅇ씨는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아 곰팡이가 피는 등 열악한 숙소에서 휴대용 가스버너로 라면 등 간단한 음식을 만들어 끼니를 때우며 지내왔다. 지난해 말에는 식도암과 폐렴이 발병하는 등 건강이 악화했는데도 별다른 돌봄을 받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 5월 오지인 장성군 북이면에서 순찰을 하던 중 행색이 남루하고 신체가 깡마른 ㅇ씨를 발견해 수사를 벌였다.
경찰은 노인보호전문기관과 협의한 뒤 ㅇ씨가 전북 순창의 한 요양병원에 입원해 건강을 회복하도록 했다.
정병만 장성경찰서 생활안전과장은 “오지의 농장과 축사에서 일해 발견이 늦었다. 겨우 이름을 쓰고 셈이 어두운 피해자가 처음에는 오히려 경찰을 회피해 수사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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