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 “자랑스러운 청년이고 싶다…국정 농단 방관하면 더 많은 것 잃어”
최순실의 국정 농단과 관련해 경기지역 11개 대학 학생들이 시국선언을 하는 등 경기도 내 대학생과 시민사회단체들의 시국선언이 확산되고 있다.
경기도대학생협의회는 31일 오후 1시 안산 한양대학교 에리카(ERICA) 교정 본관 앞에서 경기도 내 11개 대학 600여명의 학생이 참석한 가운데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날 현장에는 100여명의 학생이 집결했으나 행사가 진행되면서 학생 수는 600여명으로 늘었다.
각 대학 총학생회장들의 발언에 이어 자유 발언에 나선 대학생들은 “최순실의 국정 농단과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포기는 ‘엔포세대(n포세대)’ 말에도 포기하지 않고 쪽잠 자며 달려온 대한민국 청년들을 좌절시켰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예술대 이지영씨는 “국민과 약속을 지키지 않고 신뢰를 저버린 정권과 인물에게 이 나라를 맡긴다면 엔포세대인 우리는 또 다른 많은 것을 더 포기해야 한다. 우리가 더는 포기하는 것이 없도록 행동에 나서자”고 말했다.
한국산업기술대 김은규(메커트로닉스과) 씨는 “진심 어린 사과도 없고, 거짓 해명으로 책임을 회피한 대통령은 대통령의 자격이 없다. 박 대통령은 이 소설과 같은 사태에 대통령으로 마지막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한양대 한 여학생은 “그동안 정치를 외면한 대가가 일개 강남 아주머니에 의해 국민 전체가 우롱당한 일이라는 생각에 더럽지만 한 발을 내밀었다. 민주주의 회복은 우리 스스로 쟁취하는 것이지 누군가 대신해주기를 바라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공동 시국선언문에서 “우리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청년이 되고 싶다”며 “우리는 더는 침묵하지 않겠다. 박 대통령은 잘못을 인정하고 국민에게 모든 진실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검찰은 최순실을 즉각 구속 수사하라”고 요구했다.
경기도대학생협의회는 강남대, 경기대, 명지대, 서울예술대, 수원대, 수원여자대, 안양대, 중앙대 안성캠퍼스, 한국산업기술대, 협성대, 한양대 ERICA 캠퍼스 등 경기지역 대학 총학생회가 소속된 대학생단체이다.
한신대 총학생회와 교수노조, 직원노조, 총동문회, 민주동문회 소속 200여명도 이날 낮 12시30분께 오산시 양산동 한신대 오월계단에서 ‘박근혜는 국민의 뜻 받들어 즉시 하야하라’는 내용의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이날 오전 10시 안산지역 43개 시민사회단체 대표와 시민 등 60여명도 안산시청 앞 세월호 열린광장에서 ‘박근혜 대통령 하야 촉구 안산시민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최순실의 꼭두각시 노릇을 한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외쳤다.
윤기종 6·15 안산본부 상임공동대표는 “최순실 게이트의 당사자인 고영태의 검찰 출두와 차은택의 귀국 의사에 이어 국정농단에 핵심인 최순실이 어제 갑자기 비행기를 타고 귀국해 하루 말미를 검찰에 요구하는 등 이 모든 것이 일순간에 이뤄지면서 거대한 음모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만적인 박근혜 정권의 버릇이 다시 나오고 있다. 이제껏 국정농단 드러난 것만으로도 하야하는 것이 마땅하며 이를 묵인한 비리 부역자 전부를 구속수사해야한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안산시민 시국선언에는 6·15안산본부와 안산기독교청년회(YWCA), 안산경실련 등 43개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했으며 시민 982명이 시국선언에 서명했다.
안산시민 시국선언 참가자들은 이날 발표한 시국선언문에서 “나라빛 수백조에 민생파탄, 국정원 간첩조작, 통합진보당 강제해산 등 민주주의 파괴, 남북관계를 파국으로 치닫게 한 개성공단 폐쇄, 노동자들을 마음대로 해고할 수 있는 노동개악 추진 등 중차대한 정책들이 골방에 모인 민간이 몇몇에 의해 좌지우지됐다는 사실이 참담하다. 세월호가 가라앉을 때 국민을 구조할 정부는 애초에 없었다. 국민은 안중에 없는 꼭두각시 대통령만 있었을 뿐”이라며 박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해다. 이들은 또 박근혜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나지 않을 시 국회는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탄핵소추안을 발의할 것도 요구했다.
글·사진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