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괴산군 농업기술센터 직원들이 폐소금 물에서 소금을 수확하고 있다.괴산군농업기술센터 제공
‘바다 없는 마을’이 소금으로 돈벌이에 나섰다. 충북 괴산군 얘기다. 충북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바다를 끼지 않은 바다 없는 마을이다. 그 가운데 괴산은 산과 들로 둘러싸여 내륙 중의 내륙으로 꼽힌다.
이곳이 소금 생산에 나선 것은 지역 특산물 절임배추 때문이다. 김장철 배추를 절여 수익을 올리지만 배추를 절인 뒤 흘려보내는 폐소금 물이 골치였다. 군은 고심 끝에 2009년 11월 농업기술센터의 빈 비닐집 1890㎡에 염전을 만들었다. 방수천·비닐·부직포 등을 깔아 만든 간이 염전은 그해 절임배추 폐염수 338t을 수거해 소금 48t을 생산했다. 군은 폐소금 물 저수조와 증발기 6곳 등을 갖춘 염전에서 지난해까지 폐소금 물 3800여t을 처리해 소금 380여t을 생산했다. 이 소금은 줄잡아 4억여원 어치 정도이며, 제설, 운동장 다짐, 버섯 재배사 곤충 방지 등 쓰임새도 다양하다.
충북 괴산군 농업기술센터 직원들이 폐소금 물에서 소금을 수확하고 있다.괴산군농업기술센터 제공
절임배추 판매가 늘면서 소금 생산도 늘고 있다. 군은 올해 546㏊에서 배추를 생산해 절임배추 98만 상자(한 상자 20㎏)를 판매할 계획이다. 배대호 군 유통가동팀 주무관은 “올해 절임배추 매출은 지난해 252억원에 견줘 16% 늘어난 294억원을 목표하고 있다. 배추 작황도 괜찮아 무난하게 목표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폐소금 물도 늘어난다. 군은 올해 절임배추 농가에서 폐소금 물 1200t 안팎을 수거해 120t 안팎의 소금을 생산할 참이다. 최병렬 군 농업기술센터 작물환경팀장은 “배추를 절인 폐소금 물은 염도가 10~14% 안팎이어서 그대로 흘려보내면 고스란히 수질 오염의 원인이 된다. 쓰임새도 많아 염전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바다없는 마을 괴산에 들어선 소금랜드.괴산군청 제공
군은 아예 ‘소금랜드’라는 염전체험 시설까지 만들었다. 군은 69억원을 들여 괴산군 문광면 양곡 저수지 주변 2만7718㎡에 소금문화관·염전 체험장·소금 창고 등을 갖춘 소금랜드를 지난 28일 개관했다. 이곳에선 청소년 등이 바다 마을처럼 소금을 만드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절임배추 폐소금 물뿐 아니라 실제 바닷물로 소금을 만드는 체험도 할 수 있다. 주변엔 한반도 모형 연못과 광개토대왕비, 들꽃 공원, 소나무 공원 등도 있다.
충북 괴산군 농업기술센터 비닐집 염전을 찾은 어린이들이 폐소금 물에서 소금을 수확 체험을 하고 있다.괴산군농업기술센터 제공
김청일 군 농업개발팀장은 “역발상으로 만든 바다 없는 마을의 염전체험이 지역의 또 다른 명물이 되길 기대한다. 수질 오염을 막고 다양한 효과를 내는 소금이 지역 경제에도 소금 구실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