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마을회, 제주도와 합동조사 중간보고회…3년 동안 분기별로 조사 진행
퇴적물 부패로 수질 악화…퇴적물에선 맹독성 물질 비소도 기준치 넘어 검출
퇴적물 부패로 수질 악화…퇴적물에선 맹독성 물질 비소도 기준치 넘어 검출
“보통 5~6월이 되면 은어가 바다에서 올라오는데 올해는 정말 보기 어려웠습니다. 강정천에 은어가 거의 보이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강정마을에서 살아온 고권일(54·해군기지 반대대책위원장)씨는 이렇게 말했다.
제주해군기지가 들어선 서귀포시 강정마을 인근 해역에 퇴적물이 쌓이고 오염되는 등 생태계 훼손이 벌어지고 있다. 강정마을회는 제주도와 함께 제주해군기지 건설이 강정바다에 끼치는 영향을 정밀히 조사하기 위해 전문기관에 맡긴 해양생태조사 결과, 우려할만한 상황으로 강정바다가 훼손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31일 밝혔다.
강정마을회와 제주도는 3년 동안 분기별로 해군의 사후환경영향평가 지점과 강정천 하구 및 부근 해역 등에 대해 해양생태계 조사를 벌이고 있다. 대규모 해양개발사업이 해양생태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환경 보존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서이다.
지난 28일 강정마을회관에서 열린 중간보고회 때 나온 조사결과를 보면, 제주해군기지 방파제(1850m)는 조류의 흐름에 영향을 미쳐 하천을 통해 유입되는 각종 부유물질이 먼바다로 흘러나가지 못하고 연안에 퇴적되는 현상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또 퇴적물의 부패로 수질 악화가 확인됐다.
강정천과 바다가 만나는 해역은 평균 수심 5~6m에서 2.5~3m로 절반 이상 얕아졌다. 이로 인해 화학적 산소요구량(COD)이 8.1㎎/ℓ(4등급)로 치솟아 생물이 살기 어려운 수질이 됐다고 밝혔다. 또 퇴적물에는 1급 발암물질이자 맹독성 물질인 비소(As)가 기준치(1.5㎎/ℓ)를 넘는 6.345㎎/ℓ가 검출됐다.
강정마을회는 또 제주해군기지 동방파제 일대와 남방파제 해수유통구가 있는 곳도 퇴적물의 급증과 함께 각종 중금속들이 주의 기준치에 해당하거나 관리기준에 육박하는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강정항 입구 및 서쪽 해안도 퇴적물이 조금씩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권일씨는 “강정천 은어가 급감한 것은 해양생태환경의 변화가 주요 이유로 추정된다. 마을회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해양생태조사를 해서 과학적이고 중립적인 데이터를 축적하고, 해양생태 환경을 보전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을 마련해주도록 제주도에 요구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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