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쪽 “학부모·후원회 등의 부탁…인스트럭터 형태로 복귀 조처”
충북교육청 ‘복귀 불가’ 지침…체육회 스포츠공정관리위 판단 따라야
충북교육청 ‘복귀 불가’ 지침…체육회 스포츠공정관리위 판단 따라야
야구 부원을 폭행한 혐의로 해고됐던 충북 청주의 한 고교 야구 감독(순회코치)이 한 달 만에 복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충북교육청은 이 학교에 복귀 불가 지침을 내렸으며, 학교는 뒤늦게 복귀 결정을 유보했다.
이 학교 교장은 31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학부모, 동문회, 야구 후원회 등의 거듭된 탄원과 부탁 등에 따라 해임된 전 코치를 지난 28일 인스트럭터 형태로 복귀 조처했다. 주요 대회를 앞두고 감독이 필요하다는 요구에 따라 심사숙고 끝에 결정을 내렸다. 폭행이 정당화돼선 안 되지만 공과가 있는 유능한 감독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자는 요청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 교장은 “전체 야구부원 45명 가운데 44명이 복귀를 바라는 탄원을 했고, 동문회·학교운영위원회·학부모 등이 참여하는 회의 등에 이어 지난 27일 후원회 이사회까지 열어 복귀를 결정했다. 피해를 주장하는 학생도 지금 다른 학생들과 함께 훈련을 하는 등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 같은 점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 학교 야구부의 한 고문은 “감독 신분이 아닌 인스트럭터는 후원회에서 월급을 주기로 하고 채용했으며, 선수 지도를 위해 학교 쪽에 복귀를 요청했다. 지금 경찰 조사중인 학생 관련 폭행 건도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이 있다. 선의의 피해자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들이 모였고, 지금이 야구 선수들에겐 가장 중요한 시기여서 절박하게 부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육청은 다른 태도다. 해고된 지도자는 사건이 마무리되기 전까진 어떤 형태로든지 학교에서 학생들을 지도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용인 도 교육청 체육 담당 장학사는 “교육청에서 조사를 해 폭행 사실이 드러나 해고했고, 또 경찰에서도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 감독 건은 충북체육회가 스포츠 공정관리위원회를 열어 심의한 뒤 결과를 대한체육회에 보고해야 하는 사안이다. 판단이 내려지지 않은 현 상황에서는 인스트럭터든 뭐든 학교 안에서 학생들을 지도할 수 없다. 장학관이 이 뜻을 학교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충북체육회 스포츠 공정관리위원회 심의는 오는 9일께 열릴 예정이다.
이에 대해 이 학교 교장은 “스포츠 공정관리위가 이렇게 빨리 열릴 줄 모르고 학부모 등의 요구에 따라 복귀 결정을 한 것이 섣불렀다는 지적에 인정한다. 자숙의 뜻으로 이 감독의 복귀를 미루기로 했으며, 당분간 학생들과 격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프로야구 투수 출신 이 감독은 지난 9월22일 학교에서 1학년 선수를 야구방망이 손잡이 부분으로 때린 혐의 등으로 같은 달 27일 해고됐으며, 경찰도 관련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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