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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불쌍하지 않느냐”고 묻자 “제가 더 불쌍하다”는 대구교대생

등록 2016-11-03 18:13수정 2016-11-03 18:13

대구교대 학생 400여명 3일 박근혜 대통령 하야 촉구 시국선언
지난달 28일부터 하루도 빠지지 않고 TK 대학생 시국선언 이어져
3일 오후 1시 대구 남구 대구교대 상록교육관 앞에서 학생 400여명이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하고 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3일 오후 1시 대구 남구 대구교대 상록교육관 앞에서 학생 400여명이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하고 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그래도 박근혜 대통령이 여기 출신이기도 한데 불쌍하지 않아요?”

“대통령이 뭐가 불쌍해요. 제가 더 불쌍하거든요.”

3일 오후 2시 대구 남구 대구교육대학교 상록교육관 앞에서 시국선언에 참여한 한 학생이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옆에 있던 대구교대 학생 김다은(21·사회학)씨는 “이 분노를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 대통령이 먼저 하야를 하고 내각을 다시 구성해야 한다. 정치권도 이번 일을 계기로 각성을 해야 하고 청년들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1시 이곳에서는 대구교대 총학생회(회장 김태환)가 박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했다. 총학생회 간부 16명이 시국선언을 준비하자 길을 지나가던 학생들이 하나둘씩 시국선언에 참여했다. 대구교대 학부생은 모두 1700여명이다. 이날 시국선언에는 학생 400여명이 참여했다. 지금까지 대구·경북 대학에서의 시국선언 중에서 가장 많은 학생들이 나왔다.

3일 오후 1시 대구 남구 대구교대 상록교육관 앞에서 학생 400여명이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하고 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3일 오후 1시 대구 남구 대구교대 상록교육관 앞에서 학생 400여명이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하고 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학생들은 시국선언에서 “예비교사인 우리들에게 있어서도 지금 이 순간은 우리가 앞으로 현장에서 아이들에게 가르치기조차 민망한, 부끄러운 역사의 한 순간이다. 누군가에 의해 국가 시스템 전체가 마비되고, 누군가 소수의 사람을 위해 정부가 나서서 대기업이 수백억씩 갖다 내게 하고, 부모님의 재산도 실력이라며 누군가는 불평등하게 이익을 받으며 대학을 다니고, 국민을 책임져야 할 정부는 최순실만 지키고 있는, 그야말로 민주주의가 완전히 파괴되어가는 시국이다”라고 비판했다.

학생들은 이어 “아이들에게 민주주의를 가르쳐야 할 우리들이다. 언젠가 교단에 서서 2016년을 가르쳐야 할 때, 그때 우리가 그곳에 있었노라고, 함께 민주주의를 지켰노라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거라며 살아있는 민주주의를 가르칠 수 있도록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다할 것이다. 헌법을 수호하고 국민을 지켜야 할 대통령이 비선 실세와 국정 농단, 우리 예비교사들은 부끄러운 역사를 가르칠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하야하라”라고 요구했다.

대구교대 학생 현유림(19·수학)씨는 시국선언에서 자유발언에 나와 “여러분이 생각하는 중립은 도대체 무엇입니까? 정의와 불의 가운데 있는 것이 중립입니까? 그렇다면 결국 그 중립은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게 되는 것입니까? 정의입니까, 불의입니까, 침묵입니까? 중립이라는 이름을 내세워 침묵하는 것은 불의를 눈감다는 것과 도대체 무엇이 다른지 묻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3일 오전 10시 박근혜 대통령이 태어난 곳인 대구 중구 동성로 5길 25 건물 앞에 박 대통령의 입간판이 서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3일 오전 10시 박근혜 대통령이 태어난 곳인 대구 중구 동성로 5길 25 건물 앞에 박 대통령의 입간판이 서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대구·경북에서는 지난달 28일 경북대 총학생회(회장 박상연)의 시국선언을 시작으로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융복합대학 총학생회(회장 금준호), 한동대 총학생회(회장 백이삭), 안동대 총학생회(회장 김주한), 영남대 학생들, 포스텍 총학생회(회장 김상수), 대구대 총학생회(회장 박기덕), 계명대 학생들, 대구가톨릭대 대신학원 신학생들, 대구교대 총학생회(회장 김태환), 대구가톨릭대 총학생회(회장 김두하) 등 모두 10개 대학 학생들이 시국선언에 참여했다. 일주일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각 대학에서 학생들의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영남대 학생 이재영(25·산림자원학과)씨는 “대통령이 하야했을 때의 혼란이 있을 수도 있지만 박근혜는 즉각 대통령에서 물러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이런 말도 안되는 짓을 했는데도 하야를 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나쁜 선례로 남게 될 것이다. 요즘 대학생들도 최순실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이런 국제적 망신이 어디 있느냐”라고 말했다.

2004년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과학기술특정화대학으로 설립돼 2014년부터 학부생을 받기 시작한 대구경북과학기술원과 1986년 설립된 포스텍, 1982년 설립된 대구가톨릭대 대신학원에서 학생들이 시국선언을 한 것은 개교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영남대와 계명대에서는 총학생회에서 목소리를 내지 않자 학생들이 직접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모여 시국선언을 했다. 대구·경북 대학교 학생들이 이런 규모로 시국선언에 나선 것은 1987년 6월 항쟁 이후 약 30년 만에 처음이다.

김상수 포스텍 총학생회장은 “사실 지금까지 이공계는 사회·정치적 이슈에 한 발자국 물러날 것을 강요받았고 학생들도 이에 어느 정도 수긍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이공계의 결과물을 환원할 사회의 기본이 무너진 상황에서는 더 이상 침묵할 수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대구/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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