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승욱 충남 정무부지사, 권혁호 강정리 주민대책위원장, 이상선 강정리 공동대책위 공동대표(왼쪽부터) 등은 3일 밤 충남도청에서 강정리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합의문에 서명했다.
석면 광산 폐기물 매립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안희정 충남지사 집무실 앞에서 농성을 하던 충남 청양군 비봉면 강정리 주민들이 3일 밤 9시께 농성을 풀었다. 사흘째 안 지사 집무실 앞 복도에서 한뎃잠을 자며 사태 해결을 요구하던 주민 20여명은 모두 귀가했다. 지난 1일 오전 안 지사 집무실을 점거한 지 57시간여 만이다.
강정리 폐기물 매립장 반대 주민 대책위원회(위원장 권혁호)와 강정리 석면·폐기물 공동대책위원회(공동대표 이상선)는 이날 밤 9시께 허승욱 충남도 정무부지사와 강정리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 합의문을 작성했다. 이들은 강정리 문제를 완전하고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해 △강정리 특위 위상 강화 △특위 산하 소위원회 설치 등을 합의했다. 사실상 유명무실했던 특위를 재가동하고, 사태 해결을 위해 실무 소위원회를 실질적으로 운영하기로 한 점이 눈에 띈다. 소위는 5명 이내로 하되, 충남도 기획조정실장을 당연직으로 포함해 이달 셋째 주 안에 구성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사항을 소위에서 결정하면 허 부지사 책임 아래 충남도가 신속하게 집행하기로 했다.
애초 대책위 쪽은 이날 오전 주민 총회를 열어 충남도와 청양군이 지방 재정을 투입해 폐기물 용지를 매입한 뒤 공유 재산화하는 방식으로 사태를 해결하려는 방안은 배제하자는 조항을 합의문에 포함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충남도가 받아들이지 않았고, 협의는 무산됐다, 주민들은 오후 4시께 다시 농성을 이어가기로 하면서 자칫 농성 장기화 조짐마저 보였다. 하지만 허 부지사가 이날 저녁 7시께 다시 협상 테이블에 다시 앉으면서 논의가 시작됐고, 극적으로 공동 합의문에 합의했다.
이상선 강정리 공대위 대표는 “만족할 만한 합의는 아니지만 충남도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기로 한 점을 높이 산다. 일단 농성을 풀기는 했지만 충남도의 의지·실천 등을 지켜보며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허 부지사는 “어르신들이 찬 복도에서 잠을 자는 게 마음 아팠는데 집으로 돌아가시게 돼서 다행이다. 앞으로 특위와 소위를 통해 긴밀하게 협의한 뒤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지난 1일 오전 권혁호 주민 대책위 위원장 등 주민 6명이 안 지사실을 점거한 채 “안 지사가 나서 사태를 해결하라”고 요구하다 경찰에 연행되자 주민 20여명은 안 지사 집무실 앞에서 연행자 석방과 사태 해결 등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여왔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사진 강정리 공동대책위원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