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7시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서 열린 제주도민 2차 촛불집회가 800여명의 시민들이 주변을 가득메운 가운데 열렸다.
“부정을 씻어내는게 굿이다. 굿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겠다.”
오래도록 굿판을 지켜온 풍물굿패 신나락 대표 한진오씨의 걸쭉한 입담에 촛불을 든 시민들이 박수를 쳤다. 풍물팀의 한바탕 공연이 끝난 뒤 이번에는 ‘박근혜 하야’를 촉구하는 함성이 도시를 가로질렀다.
“내려와 박근혜” “박근혜 퇴진”
5일 오후 7시 제주시청 어울림마당 앞에서는 박근혜 하야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주변 도로를 메웠다. 고 백남기 농민에 대한 묵념을 시작으로 한 이날 집회에서 주최 쪽은 대형 스크린을 통해 서울에서 열리는 집회 소식을 시시각각으로 보여줬다.
유모차에 ‘이게 나라냐. 내려와 박근혜’라는 팻말을 붙인 모습도 보였다.
유모차에 ‘박근혜 하야’를 촉구하는 팻말을 붙인 젊은 주부가 있는가 하면 ‘박근혜 퇴진’이라고 쓴 머리띠를 동여맨 초등학생도 보였다. 강아무개(46)씨는 “민주주의 교육을 위해 자녀들을 데리고 왔다. 제주도에서 이처럼 많은 인원이 모인 집회는 최근 몇 년 동안 없었다”고 했다. 이날 집회에는 지난달 29일 집회 때보다 훨씬 많은 800여명이 참가해 일부 도로를 점령하기도 했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 가운데는 초등학생들과 중·고등학생들이 유난히 많이 보였다. 친구 8명과 함께 왔다는 장효빈(14·제주여중1)양은 “뉴스를 보다가 친구들과 함께 촛불집회에 참가하게 됐다. 나라를 다스리는 높은 사람들이 부정을 저질렀다는 뉴스를 보고 너무 부끄러웠다”며 ‘박근혜 하야’를 외쳤다.
제주도민 2차 촛불집회에 참가한 제주시내 중학생들.
5일 오후 7시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서 열린 제주도민 2차 촛불집회가 시간이 갈수록 시민들의 참여가 늘어나면서 주변 도로까지 시민들로 가득찼다.
서귀포시 성산읍에서 온 김아무개(64)씨는 “가만히 집에 앉아 있을 수 없어 일부러 1시간 동안 차를 타고 와서 집회에 참석했다. 어쩌다 초·중학생까지 촛불을 들고 대통령 퇴진을 외치는 상황이 됐는지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집회가 끝난 뒤 풍물패를 앞세우고 주변 상가를 한바퀴 돌며 ‘박근혜 퇴진’과 ‘박근혜 하야’를 촉구했다.
제주/글·사진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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