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비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경남도와 일선 시·군이 무료로 제공하는 공공시설 결혼식장이 예비부부로부터 대부분 외면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 결혼식장 관계자들은 “제대로 시설을 갖추지 않은 채 그저 공간만 무료 제공해서는 결혼을 준비하는 예비부부의 선택을 받을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경남도는 7일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보다 많아지는 인구절벽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에 경남도는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작은 결혼식 지원, 돌봄 품앗이 확대, 맞춤보육 안착 지원 등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남도 4곳, 일선 시·군 17곳 등 ‘작은 결혼식’을 할 수 있도록 지자체가 무료 결혼식장으로 제공하는 경남지역 공공시설 21곳의 이용실적은 매우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도 집계 결과, 올해 들어 지난 9월 말까지 21곳에서 진행된 결혼식은 87건에 불과했다. 21곳 가운데 12곳은 단 한건의 결혼식도 유치하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9월 말까지 40건의 결혼식을 한 창원시 의창구 ‘창원의 집’을 제외하면, 올해 들어 시설별 평균 결혼식 수는 2.35건에 그쳤다.
작은 결혼식장으로 지정된 진주성 야외무대에선 올해 들어 아직 한건도 결혼식이 열리지 않았다. 진주성 관리사업소 관계자는 “의자·음향시설 등 결혼식에 필요한 비품을 결혼당사자가 직접 준비해야 하고, 진주성은 사적지라 차를 타고 들어올 수 없다. 게다가 진주성 안에서는 식사할 수도 없다. 결혼식이 열리지 않으니 전담직원도 없는 상태이다. 애초에 이곳을 왜 작은 결혼식장으로 지정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역시 작은 결혼식장으로 지정돼 있지만 올해 들어 단 한건도 결혼식을 유치하지 못한 경남농업기술원의 관계자는 “직원 교육용 강당을 결혼식장으로 제공하는데, 조명·내부장식 등 모든 시설이 결혼하려는 예비부부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혼식장 분위기를 내기 위한 꽃장식 등은 결혼당사자가 직접 해야 한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결혼식 문의전화도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시설만 빌려줄 뿐, 결혼식장 운영을 민간단체 등 외부에 떠맡긴 기관도 있다.
반면, 고풍스러운 한옥을 결혼식장으로 제공하는 ‘창원의 집’ 관계자는 “창원의 집에선 전통혼례만 치를 수 있다. 이 점이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는 것 같다. 대부분 평생 한 번 하는 결혼식인데, 누구나 기억에 남는 색다른 결혼식을 원하지 않겠나 싶다. 하지만 갈수록 결혼하는 사람이 줄어드니, 이곳의 결혼식도 한때는 연간 80여건에 이르렀는데, 이제는 60여건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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