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선언문 235건에 담긴 명문장
박근혜·최순실 등 국정농단 5적도 등장
박근혜·최순실 등 국정농단 5적도 등장
“(박)근혜 대통령 순수한 마음으로 퇴진하세요. (근)혜씨 없어도 온 우주의 기운이 대한민국을 지켜줄 겁니다. (혜)성같이 빛나는 국민들이 있잖아요….”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 실현을 위한 전국네트워크가 지난 8일 발표한 3행시 형식 시국선언문의 첫머리다. 천주교 광주대교구는 지난 7일 ‘사퇴하라, 수사하라, 밝혀라, 되돌려라, 바꿔라’ 등 5가지 요구를 행간을 바꿔가며 선언했다. <한겨레>가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0일까지 나온 시국선언문 235건의 문장을 뜯어보니, 온갖 풍자와 해학, 촌철살인 문장들이 넘쳐났다. 이를 모은 책도 나왔다.
지난 9일 연세대 신과대학 등의 시국선언에선 “대통령의 불행보다 국민의 불행이 더 깊고 엄중하다. 앞으로도 대통령은 재차 대국민성명을 통해 사과하겠지만, 국민은 사과가 아니라 정의를 원한다”고 했고, 10일 이화여대 교수들은 “왜 부끄러움은 국민의 몫이어야만 하는가? 이제 진정으로 부끄러움을 느낄 사람들이 부끄러움을 느끼고 자신들이 가야 할 곳으로 가야 할 때”라고 대통령 퇴진의 당위성을 에둘러 표현했다.
이날 박근혜정권퇴진 서울행동은 ‘박근혜·최순실·새누리당·재벌·검찰’을 국정 농단 5적으로 규정하고 굿판을 걷어치우자고 주장했다. 지난 9일 서울지역 ‘분노한 동네 사장님’ 30여명은 “내가 이러려고 세금을 냈나 자괴감이 들어 괴롭다. 내가 이러려고 장사를 하나 자괴감이 들어 괴롭다”고 했다. 박 대통령의 두 번째 대국민 사과를 비틀었다.
지난 4일 민주노총 법률원 등의 시국 선언에선 “유령과 신성동맹에 저항한 기자, 피디들은 해고되고, 마이크를 빼앗겼다. 그렇게 언론은 국민의 워치독(watch dog)이 아니라, 유령의 가드독(Guard dog)이 되었다. 진실 앞에 슬리핑독(sleeping dog)이 되었다”고 꼬집었다.
전국종합, 정리/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